더 따스한 이 순간
"아들, 이 책 제목이 ‘왜 일하는가’ 야.”
“그럼 그 책 사지 마 아빠. 내가 알려줄게!”
“...?"
“잘 살려고.”
“...!"
.
주말에 함께 간 서점에서
아들 녀석의 단순했지만 강한 메시징.
.
.
근데 문득 궁금해졌다.
‘잘 산다는 게 뭐지..?’
.
그냥 내가 지나온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미래에 대한 거창한 꿈들,
그리고 걱정, 끊이지 않던 좌절과 후회,
그때마다 새로이 업데이트되는 나만의 수많은 좌우명들.
.
나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만의 다짐들로
그 순간의 감정을 모면하며 힘겹게 인생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왔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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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그 수많았던 고민과 번뇌의 시간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듯,
.
내 머릿속이 깔끔하고 단순 명료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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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글의 받침도 읽을 수 있다며
서점에 아빠를 따라와서는,
굳이 내 옆에서 같이 책을 보겠다고 낑낑대는
아들 녀석과 나란히 서있는 지금 이 순간을,
.
어떻게 보면,
하늘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구름에 떠있는 것보다
더 따스하고 행복한 이 순간을
오래도록 계속하고 싶은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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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거 안다.
.
하지만,
인생의 방향이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이리저리 수만 가지 생각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고,
그에 따른 결과로 고통받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
조금은 맘 편히,
따스히 비춰주고 있는 태양을 향해서
묵묵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