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Apr 17. 2024

뼈해장국 합석은 좀…

음식으로 아재력을 판단하는 이미지가 있다. 물론 재미로 하는 거지만(정확히는 편견에 기반한 - 아재들만 좋아하고 먹을 것 같은 음식으로 채워져 있기에) 한 가지 음식만 빼고 다 섭렵했던 것 같다. 입맛도 저렴하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기에 혼밥하기 편한 음식을 선호하는데 그 중 하나가 뼈해장국이다. 예전에 일주일 일고기 프로젝트할 때 늘 상위에 랭크되었던 음식이다. 오랜만에(아마 올 해 처음?) 뼈해장국을 먹기 위해 늘 사람이 미어터지는 감자탕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의 중심인 12시 반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하지만 만석이었고 남성분(약 30대 후반으로 보임) 한 명이 4인석에 앉아 있었는데 사장님(정확히는 사장님 아들)으로 보이는 분이 ‘합석 괜찮냐’고 물어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나의 이런 전광석화같은 줏대가 참 마음에 든다. 한 5분 정도 기다리니 혼밥남의 옆테이블(거기도 4인석)에 자리가 났다. 뼈해장국은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먹어야 하므로 비주얼적으로는 동물의 취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반이즘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먹기 힘든 음식이 뼈해장국이며 오롯이 나와 뼈해장국 두 가지에만 집중할 수록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합석을 할 경우 내 안에 숨겨진 야생성을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보고 기겁할지 모르고 또 물고 씹고 뜯으며 맛 보아야 하므로 고기가 상대방의 반찬 및 면상에 튀었을 경우 상당히 곤란해진다. 또한 아무리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식사라 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나의 미각에 집중하는 ’나를 위한‘ 시간이므로 누군가와의 합석으로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함 즉 그 시간을 침해당하는 건 용납하지 못할 일이다. 물론 가게 사장 입장에서는 합석을 통해 한 명의 매출이라도 올리는 것이 이득이며 혼밥으로 인해 낭비?되는 4인석이 아까울 것이다. 하지만 혼밥러나 안혼밥러나 어차피 내는 돈은 같은데 같은 권리를 누리고 싶은 건 당연지사. 혼밥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에 4인용 테이블만 즐비한 감자탕집 잘못이라며 합리화를 해본다. 붙였다 뗐다가 가능한 테이블도 있지 않은가. 천장에 달린 합석 요구판을 보며 순간적으로 드라마에서나 있을법한 ‘뼈해장국 먹다 눈맞?’이라는 설정을 상상해봤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사람의 취향이 다양하다지만 나의 야생성을 보고 반한 사람이라니, 나는 도무지 반할 것 같지가 않다.


이전 02화 브런치북은 왜 30화가 끝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