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잘 돌보기 위한 책,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 주는 책, 청소년과 잘 관계 맺기 위한 책, 많은 책이 있다. 모두 내가 나의 자녀와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책들이다. 또 있다. 지친 청년을 위로하는 책, 중년의 쓸쓸함을 토로하는 책, 노년의 아픔과 외로움을 고백하는 책. 인생의 단계를 스스로 잘 살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책들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돌보거나 자녀를 잘 돌보기 위해 많은 책을 읽는다. 하지만 노년의 가족 또는 우리 옆에 있는 노년기의 사람과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은 별로 없다.
우리가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책을 찾았다면, 내 부모의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책을 찾지 않을 이유가 무얼까. 더군다나 내 부모 다음은 나다. 책을 통해 부모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다가오는 나의 노년에 대한 지혜도 풍부해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한 권, 두 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내가 읽는 책의 분야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노년은 일상의 곳곳에 있었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아직 먼 일이고 내 일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끝까지, 생각조차 미루고 싶은 노년. 영영 안 왔으면 하는 노년.
책의 전면에 '노년'이 들어간 책부터 '어머니' 또는 '할머니'를 다룬 책까지. '돌봄'을 말하는 책부터 '노년의 준비'를 말하는 책까지. 노년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다. 많은 책을 읽고 브런치에 한 편 두 편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그 일부가 내 첫 책 <연애 緣愛-아흔 살 내 늙은 어머니 이야기>에 실렸다.
어머니는 이제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어머니의 노화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그리고 나는 계속 읽는다. 계속 읽으며, 서지 분류가 '노년'인 책들에 대해 계속 쓰려고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보다 노년은, 참 다채롭다. 그것은 내가 노년을 주제로 글을 쓰기로 결정한 후 얻어낸,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