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화열 <서재 이혼 시키기>
“닮음과 다름, 독립과 의존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 이화열 <서재 이혼 시키기> 2023, 앤의 서재
서재를 이혼시키면서 문득 나는 ‘닮음’의 열망 때문에 ‘다름’이라는 현실을 간과하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재 이혼 시키기> 여는 글 중
”계획하는 것도 인생이라고!“
그러면 내가 묻는다.
”계획을 실행하는 게 무슨 인생이야?“
하지만 그는 집요하게 계획을 세우고, 나는 집요하게 우연과 조우하는 기쁨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재 이혼 시키기> 41쪽
상대의 취향은 이해와 분석의 영역이 아니다.
우선 ”왜?“라는 의문사 대신 ”아!“라는 감탄사로 바꾸는 것이다.
너와 나는 이렇게 다르지만 너 같은 존재, 나 같은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책, 73쪽
이제 그런 상상 속에 아이들이 없다.
언제든 어느 곳이든 훌쩍 떠나 살아볼 수 있는 삶, 문득 가슴이 설렌다.
같은 책, 113쪽
자식을 곁에 묶어두고 싶어 하는 부모의 잘못된 권력은 사랑, 희생, 가족주의라는 가면을 쓴다.
최고의 부모는 자식을 곁에 묶어두지 않는다.
같은 책, 137쪽
살아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성장하고 독립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우리도 더 이상 같은 존재가 아니다. 사랑으로 살찌워진 내 영혼도 독립한다. 줄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었고, 받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받는 행복하고 공정한 거래였다. 나를 애착의 습관에 붙들어놓지 않을 것이다.
같은 책, 169쪽
문득 생각한다. 만약 운명이 아름답게 늙는 것과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늙는 것 중에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하리라.
같은 책, 211쪽
”슬픈가요?“
”우린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이젠 새로운 시간이 온 거죠.“
같은 책, 243쪽
시어머니는 병실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
이제 돋보기를 쓰고도 책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시력이 나빠졌다. 문학은 쇠락하는 육체에는 무용하지만, 항상 똑같은 얼굴로 쓸쓸한 노년을 동반한다.
같은 책,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