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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빈 시간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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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05. 2021

매년 봄이 전부 다르다..


불교에서 유명한 말들중에 '일체유심조' 라는 말이있다. 원효가 동굴에서 해골물을 모르고 맛있게 먹은후 실체를 확인하곤 모든일은 마음이 지어낸다 라는 뜻에서 전해진 말이라고 한다.


밤은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그 냄새는 제각각 다르다. 도시의 밤과 시골의 밤 냄새가 다르듯이 같은 밤이라도 연인과 함께 맞는밤과 홀로있는 밤이 냄새가 다르다. 같은 날씨임에도 일요일의 아침은 다른 날의 아침과 냄새가 다르다.


매년 맞는 봄과 벛꽃이지만 나에겐 매년마다 느낌이 다르다. 내가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똑같은 벛꽃 날씨전혀 다르게 와 닿는거다.


2021 올해 벛꽃은 유난히 빨리 피었고 그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지난 기록들 보니 4월달에 벛꽃이 핀다는걸 인식한 해가 2017년도가 끝이다.  2018-2020 기간엔 벛꽃이 피는지도 모르게 수술마치고 입원해 있던가 달라진 몸에 적응하느라 시체처럼 지냈던 시간들이다.  4번의 수술과 회복이 주기적으로 반복 되었던 시간들이다.



2017년도 4월..

https://brunch.co.kr/@yemaya/192


2018년도 4월..

https://brunch.co.kr/@yemaya/371


2019년 4월..

https://brunch.co.kr/@yemaya/595


2020년 4월..

https://brunch.co.kr/@yemaya/910


작년에 마지막 소장 잘라낸 수술한 뒤로 딱 일년이 지났다. 시체처럼 있으면서 시간이 다 해결해 줄거라는 그 당시의 내 말들은 지금 시간이 답을 말해준다.



주말에 비온다는 말 듣고 벛꽃구경 약속을 취소하고 밤새 '시지프스' 드라마 보다 아침에 잠들었는데 비가 멎었단다. 올해는 벛꽃 피는거 놏치지 않으려고 부리나케 가까운 호수공원 이라도 나가서 커피한잔 마시고 들어왔다. 예전 같았음 져지에 헬멧쓰고 자전거로 달렸겠지..


50-50 비슷하게 유지되던 나이 몸무게 관계에서 나이가 드디어 몸무게를 본격적으로 추월하기 시작했다. 몸무게 50kg 도 정착되고 나니 그다지 어색하지 않고 5년간 익숙해 져서 이 체형이 진짜 나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여자) 연예인들 몸무게 적은것이 자랑인것 처럼 나오는것 보면 그래도 위안이 된다. (내가 남자인게 좀 걸리긴 하지만.. 몸매는 됐으니 이제 발레만 배우면 된다.)


174키에 50킬로면 만화 캐릭터 피규어랑 체형이 비슷하다. 얼굴도 가리고 다니겠다 애들 만화티를 즐겨 입는다.


호수공원 나가보니 사람들 주말이라 바글댄다.  벛꽃이 필땐 세상이 온통 가정 멜로 드라마를 찍는다. 남여가 만나서 콩닥대다가 좋아하고 질투하고 투정부리고 아웅다웅 싸우다 키스도 하고.. 멜로물이 그렇다. 가족들, 연인들 가정 멜로 드라마가 한창인 세상에서 시지프스 같은 '스릴러'나 '좀비' 가 훅하고 나오면 반칙이다. 


시지프스 드라마는 터미네이터 없는 [터미네이터 +20세기 소년] 이다. 여기저기서 봐왔던 설정들에 멜로를 가미했다.


내일 핵전쟁이 벌어져 모두가 죽게 되는데 세상 돌아가는것 모르고 대중으로만 사는 중생들이 가련할까.. 아니면 핵전쟁으로 멸망한 지구와 인류를 구하려고 미래에서 와서 혼자 미친척 난리피다 혼자만 희생 당하는 주인공이 가련할까.. 주인공이 세상을 구해도 아무도 몰라주고 자신은 도리어 사라진다. 주인공엑스트라 대중들.. 누가 더 가련하고 누구를 더 동정해야 하는걸까.. 



시지프스 드라마에서 핵으로 한반도를 멸망시키는 악인 시그마는 슈퍼 파워를 지니지도 않았고 보통사람들 보다 똑똑한것도 아니다.


배트맨에서도 절대악인 조커는 일반인보다 힘이 쎄지도 않고 특별한 슈퍼파워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악당들이 굴복하며 그를 숭배하고 따른다. 의식의 악함이 타 악당을 압도하고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악당도 24시간 악하진 않다. 선택의 순간에만 잠깐 악한짓을 저지르며 평상시는 일반인과 다를바 없다. 그래서 다들 본인은 선한데 잠깐씩 돈 앞에서은근슬쩍 두리뭉실 그런게 그런거지 하는거라 자신은 원래 착한사람 이라고 믿는거다.


평상시 마음착한 아저씨 아줌마도 돈 앞에서만 악해지고 교만해 지거나 비굴해진다. 자리에 앉고 기회만 되면 대부분 다 나라 곳간 털어먹을 도둑이 될 자들이 현시대의 대중 국민들인데 도둑질할 기회가 없으므로 다들 자신은 착한 사람이라고 위안 삼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중생이다. 그래서 다들 타인이 할땐 비난하고 자신이 할땐 죄책감들이 없다.



시지프스는 원래는 완결돼면 보려고 했었는데 완결 가까워 오길래 그냥 봤다. 세상을 구해도 대중들은 자신들이 멸망에서 구원된줄도 모르고 매일 똑같은 멜로 드라마 속에서 살아가겠지만.. 이미 악이 승리해 지구가 멸망한 상황에서 이번엔 정의가 이겨서 핵전쟁을 막으면 미래에서 과거로 올 일도 없어져서 주인공의 존재 자체가 타임 패러독스에 빠지게 된다. 이 패러독스(모순) 를 어떻게 때울지 완결까지 아직 두편 남았다. 


우리는 나쁜짓을 저지르는 착한 사람들 입니다.. 와 같은 모순... 새로생긴 햄버거 브랜드 이름이 NBB 이다. No Brand Burger 의 약자란다. ?? 정치판을 봐도 알수있듯 중생들 하는짓이 딱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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