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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04. 2024

나비가 골목골목 날아다닌다

 텃밭 입구를 마주하고 있는 골목. 의자들이 담벼락 앞에 놓여 있는 화분처럼 나란히 놓여 있다. 이른 시간에도 늦은 시간에도 의자가 빈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의자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노인들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갈라진 틈에서 자라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린 노인들. 해바라기를 한다. 정적 속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가만히 마주하는 일은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살아남겠다는 다짐이었다.


 산새마을은 여러 지역 철거민들이 강제로 이주되어 만들어진 동네다. 이전까지는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철거민들이 이주되었을 땐 허허벌판이었던 곳. 이주민들은 갈라진 틈에서 자라나야 하는 풀과 다를 것 없었다.


 해바라기를 멈춘 노인들이 대화를 한다. 거리가 있어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어떤 소리는 나비 같았고 어떤 소리는 벌 같았다. 온 동네를 분주히 날아다닌다.


 안부를 꽃가루처럼 묻히고 다니는 말들 때문일까.

 독거노인이 많은 동네지만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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