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기 #12
잃어버리기로 했다.
여러 번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과
겹겹이 쌓아도 두꺼워지지 않는 마음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멀리 돌고 돌아서
결국 빛나던 눈동자를 마주했던 시간
내가 기다렸던
달의 눈빛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애쓰고 버티는 나의 무게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벼운 달의 그림자에
밀리어 힘없이 쓰러진다.
입술이 혼자서 웃는다.
흩어진 조각들이 모이면
어여쁘진 않더라도 대충의 형상을 만들어보려 했다.
한 손으로 여기저기 대어 보지만,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쓸모없는 버림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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