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기 #5
그곳에 서있다.
그때보다 키가 더 큰 것도 아닌데,
넓고 밝았던 곳이
좁고 어둡다.
지나간 시간만큼 건물이 낡은 것인지,
노화된 내 시력이 흐릇하게 보게 만든 것인지,
바래진 기억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곳에 기대어 서본다.
웃고 있는 당신의 목소리가 보인다.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이 들린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빈다.
도망치듯 그곳에서 나온다.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내 손을 본다.
아무것도 없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복도를 지난다.
그렇게 오늘도 당신에게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