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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Aug 23. 2023

[시] 그곳에 서있다

잃어버리기 #5

그곳에 서있다.

그때보다 키가 더 큰 것도 아닌데,

넓고 밝았던 곳이

좁고 어둡다.


시간의 흐름으로 건물이 낡은 것인지,

시간을 따라 노화된 내 시력이 모든 것을 흐리게 만든 것인지,

시간과 함께 바래진 기억이 거두어들인 착각일지 모른다.



그곳에 기대어 서본다.

당신의 웃고 있는 목소리가 보인다.

당신의 걸어가는 뒷모습이 들린다.

눈을 비빈다.

아무것도 없다.



그곳에서 뒤돌아 나온다.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본다.

아무것도 없다. 

놓은 것도 없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복도를 지나,

그곳에서 나온다. 

그렇게 당신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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