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기 #3
나는 5월을 싫어한다.
그날이, 5월의 어느 날이었다.
햇빛은 가증스럽게 따뜻했고,
바람은 서운하게도 시원했다.
나는 횡단보도에 서서 파란불을 기다렸다.
여전히
선명하게도 그날의 내가 보인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슬픔도, 분함도 아니었다.
아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당신이 밉지도 않았다.
어차피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테니까.
저녁이 될 때까지 잠을 잤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거울을 봤다.
가위를 들고 긴 머리카락을 싹둑, 내가 미웠다.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은 나를 비웃으며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비로소
가벼워졌다.
우연히 당신을 마주쳤다.
내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웃고 있었다.
"남자애 같아"
나에게 말했다.
그때 처음으로 당신이 미웠다.
온몸에서 빠져나갔던 피가,
다시 내 몸으로 돌아 들어왔다.
꾹꾹 눌러오던 내 심장은 덩어리만 남아있었다.
그해 오월의 파란 하늘은
나에겐 잿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