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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Oct 22. 2023

개가 사람보다 중요하지 않아.

함께 나누는 균형

"당신은 온돌이를 키우기 전과 후의 변화가 있어?"

내가 남편에게 물었고, 잠시 생각을 해보는 듯하다.

원래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던 남편은, 온돌이로 인해 어떤 것들이 달라졌을까 궁금했다.


개공포증(Cynophobia) 

개와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에 가까웠던 나는 온돌이와 함께하는 9년 동안 삶의 테두리 자체가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불안과 강박을 떠안고 살아온 나로서는, 온돌이를 키우면서 참아내고 극복해야만 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변화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테이프를 거꾸로 돌려보듯이, 나를 돌이켜보면 불안과 강박에서 오는 불편한 것들로부터 아주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물론, 30대에서 40대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농도가 짙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내 정서의 문제들로 어제도 힘들었고, 오늘도 힘겹게 느껴지는 하루이지만,

온돌이가 함께 한 시간들은 내 그릇의 틀과 모양을 변화시켜 주었고 그 너비 또한 아주 미세할지라도 넓어진 것은 맞다.


항상 웃어주는 온돌이


사실 온돌이는 특이한 개다.

나를 만나서 그렇게 기질이 형성된 것인지 모르지만, 온돌이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낀다.

온돌이는 식탐이 매우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먹는 것에 매우 까다로운 개다.

5~6개월 강아지였을 때도 먹고 싶지 않은 사료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훈련사에게 조언을 구했고, 며칠 굶기면 먹는다고 했다. 훈련사의 말대로 굶겨봤지만 온돌이는 위액을 토해가면서, 원하는 사료를 내놓을 때까지 굶었다. 나는 덕분에 각종 사료의 성분들을 공부해 가며, 오만가지 사료의 종류를 알게 되었다. 다른 집 강아지들은 식탁옆에 앉거나, 밥상에 달려든다고 하던데 온돌이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관심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유일하게 '치즈'에만 관심이 있다. 

사과와 고구마는 껍질을 벗겨야만 먹고, 사람이 먹는 과자는 입에 넣어줘도 먹질 않는다.


식탐이 없는 강아지의 단점은, 훈련이 어렵다.

간식으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데, 간식에 흥미가 없으니 훈련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온돌이가 할 줄 아는 재주는 '앉아, 기다려, 손, 빵'이 전부다.

식탐이 없는 강아지의 장점도 있다. 집안에서 사고 치는 일이 없고, 위험한 것을 먹어 아플 일도 없다.

온돌이 개사촌 복돌이는 간식 봉지 안에 들어있던 방부제를 먹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과식으로 오는 췌장염이나 장폐색 등의 질병에 걸릴 일도 적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듯이 개들도 성격이나 습관, 환경에 따라 많은 견특들이 있는 것 같다.


하늘과 바람을 좋아하는 온돌이

온돌이가 성견이 되는 1년 동안 우리 부부는 종종 작은 언쟁들을 했다.

하나는, 온돌이에게 들어가는 경제적인 문제였다.

1) 사료와 간식 

2) 병원비(예방접종 및 구충제)

3) 목욕비 

4) 기타(호텔비, 샴푸와 하네스, 빗 등)

온돌이가 잘 먹질 않다 보니 풍부한 영양과 질을 따져서 골랐고, 무엇보다 원재료를 믿을 수 있는 식품들을 먹이고 싶었다. 사료나 간식의 성분과 열량 등을 확인해 가며 완벽한 사료를 찾아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대형견이다 보니 아무리 소식(小食)을 한다고 해도 하루 250~300g 정도의 사료를 먹었다.

한 달이면 10kg 이상의 사료를 먹게 되는데, 수입 사료의 경우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가 보통의 가격이었다. 최상의 등급은 먹이지 못하더라도, 최하 등급의 사료를 피했고 중국산 간식은 가능한 피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또한, 초보 엄마 시절에는 샵에서 추천하는 것들을 다 먹이고 써야 하는 줄 알고, 영양제와 수입 하네스 등을 사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온돌이

그리고 예방접종이나 치료비, 그리고 목욕비는 반려견들의 몸무게가 기준이 된다. 24kg 온돌이는 필수 예방접종을 한번 하면 10만 원 이상의 병원비를 지불한다.

목욕비는 애견미용실에 맡기면, 저렴한 곳이 20만 원부터 시작이었다. 이 또한 초보엄마 시절에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열정을 쏟았다. 마치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동네 엄마들이 좋다는 학원이나 학습지가 있으면 아이를 끌고 다녔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취미활동이었다. 좋은 견주가 되고 싶었던 욕심과 내 만족이었다.


두 번째는, 온돌이의 산책 문제였다.

퇴근이 늦은 남편에게 개산책을 매일 하라고 시킬 수는 없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로지 내가 산책을 책임져야만 했다.

하지만 나도 불가능한 날들이 있었다. 외출이 길어지거나 몸이 아픈 날은, 산책을 하지 못하 죄책감과 강박에 사로잡혀 예민해졌다. 더욱이 비가 오는 날에는 난감했다. 

하루는 퇴근한 남편을 붙들고 하소연을 했다. 

"나만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거야?"

남편은 한참 동안 내가 던지는 말폭탄을 듣고 나서 대답했다.

"개가 사람보다 중요하지 않아"

그러면서 온돌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나 산책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유연함을 길러보라고 했다.

우리가 온돌이와 함께 사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면서 온돌이는 '개'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 저 말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서운했다. 

'온돌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슬픈 마음으로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맞아. 온돌이는 개였지'

남편은 온돌이가 우리에게 소중하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일상의 균형이 먼저라는 말이었다.

책임감을 갖고 반려견을 키우면 되는 것이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반려견을 모시고 사는 건 그릇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가 온돌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남편과 아이에게 화살로 날아갔고, 그로 인해 집안에는 늘 긴장감이 돌았다. 그건 내가 온돌이에게 완벽한 인간엄마가 되고 싶었던, 순전히 나의 욕심이었던 것이었다.


초보 엄마시절, 나는 그렇게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갔다. 내가 최상의 사료를 주지 않아도, 내가 먹는 고구마와 계란을 삶아 나눠 먹어도, 좋은 애견 미용실에서 목욕을 하지 않아도 온돌이는 변함없이 우리에게 사랑을 주는 반려견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산책을 하지 않아도, 나랑 거실에서 마주 앉아 공놀이만 해도 온돌이는 환한 미소를 날려주는 이해심이 깊은 반려견이다. 


내 사랑하는 강아지, 온돌이가 알려주었다. 흘러간 시간에 힘들어하지 말고,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오늘은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긴장과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에 겁먹지말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쐬며 걸으면서 나를 만나보라고 알려주었다.

나를 만날 수 있도록, 내 안에 용기를 꺼내어 준 온돌이를 오늘도 사랑한다.


주말 낮, 따뜻한 창가에서 아빠에게 기대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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