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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Jul 29. 2023

06. 왜 걸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답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걷기 중독이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만이천 보 정도 걷고, 많이 걸으면 만 오천 보에서 만 칠천 보 정도를 걷는다. 나는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들지 않고, 큰 의지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냥 나가서 걷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운동이다. 지금은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 게 습관이 돼서, 더우나 추우나 밖에 나가서 하염없이 걷고 온다. 



특별한 것도, 정해진 것도 없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걷는다. 휴대폰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는다.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다 들으며 그냥 발이 이끄는 대로 걷는 것이다. 같은 걷기라고 해도 공원을 도는 건 재미가 없어서 길거리를 걷는다. 어느 날은 이쪽 길로, 또 어느 날은 저쪽 길로. 걷는 길은 매일 다르다. 정해진 건 없기에 내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간다. 



처음에는 만 보 걷는 것도 힘이 들었다. 기껏해야 삼천 보, 사천 보, 많이 걸으면 오천 보 걷다가 만 보라니. 조금 걷고 쉬고, 조금 걷고 쉬고를 반복했다. 매일 걷는 것도 힘들어 쉬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걸었다.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그렇게 귀찮았는데 매일 걸으니 적응이 됐는지 점점 힘들지 않았다. 체력이 는 것이다. 전에는 한 시간만 걸어도 다리가 아팠는데 지금은 두 시간 넘게 걸어도 괜찮다. 그 다음부터 걷기는 내게 꼭 필요한 운동이 되었다.



걷다 보면 '이렇게 짧은 거리를 왜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 타고 다녔지' 싶은 생각이 든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예전에는 그 짧은 거리도 걸어갈 체력이 부족해 버스를 타고 다녔던 것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기본적인 체력을 많이 기를 수 있다. 지금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도 그냥 걷는다. 여름에는 낮에는 더워서 거의 나가지 않고 해가 진 저녁에 걸으러 나간다. 저녁을 먹으면 일곱 시쯤 되는데, 그때부터 아홉 시까지 걷는다. 해가 져서 덥지도 않고, 식후 혈당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 체력도 기르고 혈당도 낮추고 일석이조다.



나는 매일 만 보 이상을 걷지만, 사실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걷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나도 그랬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걸음 수를 확인해보면 겨우 오천 보 정도가 찍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지지. 하지만 그럴 수록 포기하면 안 된다. 만 보를 걸으려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쉬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걸으면 한 시간 반. 나 같은 경우는 두 시간 정도 걷는 편이다. 걷는 게 습관이 되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매일 걸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즐겁다.



처음에는 걷는 걸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산책 정도, 그냥 길거리를 구경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내가 걷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다. 내가 어딜 가느냐에 따라 내가 보는 게 달라진다. 주변 건물도, 풍경도, 길도 달라지니까 재미있다. 어떤 길은 오르막길이 많고 어떤 길은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내가 걷는 길이 항상 같지 않고 다양하니까 걷는 재미가 있다. 나도 그냥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면서 걷는 건 못 한다.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도 정리하고 주변 건물도 구경하니까 걷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내 자전거를 타는 걸 그만뒀다. 다리 근육을 키워준다고 하는데, 같은 자리에 앉아서 계속 다리만 움직이니까 재미가 없는 것이다. 타면서 예능도 보고, 노래도 들어보고 오래 타기 위해 별 걸 다 했지만 재미가 없어서 금방 그만뒀다. 역시, 나에겐 걷기가 최고야. 삼십 분을 걸어도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게 훨씬 좋았다.  



걷기의 장점은 정말 많다. 첫 번째로는 머릿속이 편해진다는 것.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 당장 오늘 저녁엔 뭘 먹고 집에 가면 뭘 할까 이런 현실적인 고민부터 이건 어떻게 해결하고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머릿속으로 고민이 많이 생기는데, 걸으면서 다 해결된다. 휴대폰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오래 생각하다 보니까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그래. 생각해보니까 어제 사다 놓은 고기가 있었지. 그럼 오늘 저녁에는 고기를 구워서 먹으면 되겠다. 그리고 이 일은 어차피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월요일에 학교에 가서 교수님이나 친구들에게 답을 구하는 게 좋겠어.' 이런 식으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나 고민거리들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걸으면서 아이디어도 정말 많이 떠오른다. 과제나 공모전 준비같은 꼭 해야 할 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까먹고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변 건물이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럴 경우 바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는다. 한 번은 그냥 평소처럼 걷다가 배우고 싶은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바로 휴대폰에 적어놓은 적도 있었다. 분명 집에 있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라도 갑자기 떠올라서 다행이었다. 



걸으면서 정말 많은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다 놓치고 사는 것 뿐이다. 나는 걸으면서 맛있어 보이는 가게가 있으면 '다음에 와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바로 휴대폰에 적어놓는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카페, 옷 가게 등 괜찮아 보인다 싶으면 전부 적어둔다. 그리고 정말 다음에 그 가게에 찾아간다. 실제로 집과 거리가 좀 있었지만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어 적어두었다가 간 적이 있었는데, 신선하고 재료도 아낌없이 듬뿍 넣어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런 게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곳까지 걸어가지 않았으면 계속 모르고 살았을 거니까. 그런 데서 뿌듯함과 계속 걸어야겠다는 의지가 마구 생긴다. 



그리고 처음부터 만 보를 걸으려고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에 오천 보도 걷지 않다가 갑자기 만 보를 걸으려고 하면 힘들고 쉽게 그만둘 확률이 높다. 처음엔 오천 보, 그 다음에는 칠천 보, 그 다음에는 팔천 보 이렇게 서서히 걸음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안 지치고 꾸준히 걸을 수 있다. 갑자기 걸음 수를 늘리면 며칠 걷다가 지쳐서 그만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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