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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 있으면 좋으련만, 나쁜 일도 삶의 일부이려나

[성장과 성찰]

by 소선 Mar 12. 2025

딸아이가 울면서 말했다

“아빠, 왜 나쁜 일은 꼭 생기는 거야?”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좋은 일만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기쁜 순간만큼

슬픈 순간도 필요하다는 걸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끝까지 버티는 법을 배웠고  

아팠던 날들이 있었기에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힘든 순간이

덜 아픈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 순간들도

결국 내 삶의 일부였다고 

내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딸에게 말했다

“나쁜 일도 있지만, 그걸 이겨내는 네가 있다는 게 더 중요해.”


삶은 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간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쁜 일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성실하고 착한 사람도 억울한 일을 겪었고, 반대로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불합리를 이해하지 못해 분노했던 때도 있었고, 나 역시 이유 없이 상처받으며 무력감을 느꼈던 순간도 있었다.


처음 부당함을 마주한 건 어린 시절이었다. 반 친구가 나를 오해해 선생님께 이야기했고, 나는 해명할 기회도 없이 혼이 났다. 억울함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변명할수록 상황이 악화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왜 나쁜 일은 꼭 생기는 거야?" 어린 나에게도 그 질문은 너무나도 절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감정도 흐려진다. 그 사건이 내 삶을 망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의 억울함을 기억하며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쉽게 단정 짓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누군가 억울해할 때는 한 번 더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고, 판단하기 전에 망설이는 습관이 생겼다. 결국, 그때의 나쁜 경험이 나를 조금 더 신중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큰 일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첫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나는 어린 시절처럼 억울해했지만, 그때처럼 침묵하지는 않았다. 내 입장을 이야기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나는 선택도 할 수 있었다.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졌을 때는 억지로 붙잡으려 하기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관계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부모님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남아 있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일이 덜 아픈 건 아니다. 슬픔은 여전히 아프고, 상실은 여전히 공허하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흘려보내야 할지를 조금 더 알게 됐다. 마치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던 도구를 서툴게 다루다가, 점점 익숙해지는 것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예상치 못한 일들을 감당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충격을 맞닥뜨린다. 때로는 피할 수도 있고,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감당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결국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나쁜 일을 겪으며 배운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아무리 힘든 순간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희미해지고, 무뎌지고, 결국은 또 다른 감정들로 덮인다. 두 번째는, 나쁜 일 속에서도 얻을 것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순간에는 깨닫기 어렵다. 하지만 실패한 경험이 다음 도전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상처받은 기억이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살면서 가장 큰 나쁜 일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가까운 가족을 떠나보냈을 때, 나는 그 상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기억들이 있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마치 세상이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야 깨달았다. 그 사람과 함께한 순간들이 남아 있고, 그 사람이 내 삶에 남긴 영향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 슬픔을 안고서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됐다.


어떤 날은 여전히 힘들고, 어떤 날은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건, 우리는 어떤 일이 닥쳐도 결국 살아간다는 것이다. 때로는 무너질 것 같고,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져도, 아침이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 우리는 그 반복 속에서 다시 일어나고, 어떻게든 버텨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딸아이에게 해준 말이 결국 내게도 하는 말이 된다.  

“나쁜 일도 있지만, 그걸 이겨내는 네가 있다는 게 더 중요해.”


삶은 늘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딸아이가 또다시 힘든 순간을 맞이할 때, 지금의 이 대답이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쁜 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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