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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24. 2017

그 여行자의 집 (28)

2017년 가을, 서른셋 재현의 그 해. #28

28.

「혹시, 민주 씨 기억나? 내가 처음 해외여행으로 홍콩 가서 사귄 친구. 우리 한번 같이 밥 먹은 적도 있는데. 여행 좋아해서 몇 년에 한 번씩 회사 옮길 때마다 장기로 여행 다닌 그 민주 씨가 결혼해서 인도에서 살고 있더라고. 나 거기서 처음 다섯 달 동안 지냈어. 민주 씨 남편이 하는 요가원에서 요가도 배우고 일도 하면서. 그때 되게 좋았어. 이런저런 신기한 일도 많았던 거 같고. 어느 날은 고아라는 바닷가 동네에서 민주 씨랑 어딜 좀 가느라 로컬버스를 탔는데. 우리 옆 좌석에 젊은 인도 남자애들 셋이 탄 거야. 뭔가 신나는 일이 있는지 막 웃으며 떠들다가 슬쩍슬쩍 곁눈질을 하더니 한 명이 말을 걸더라고. 어디 가냐고. 우리가 그냥 뭣 좀 사러 간다니까 자기들은 파티 가는데 초대할 테니 함께 가겠냐고 묻더라고. 우리가 그냥 웃어넘기려니까 약 두 알을 보여주더라. 초대장이라면서. 내가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걔가 씩 웃으며 그러는 거야. 선물. 먹어봐.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될 테니까. 내가 그 약을 먹었을 것 같아? 안 먹었을 것 같아.」  

신이 나서 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도 나는 뭔가 낯설다 느껴졌다. 

「설마 먹었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개구쟁이 얼굴이 나타났다. 

「아니~ 못 먹었지. 겁이 나서. 근데 두고두고 후회했어. 그땐 혹시 독약이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독약이 아니라 매트리스의 빨간약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거든. 그때 먹어봤으면 정말 평생 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거 나중에 민주 씨 남편한테 들어보니 그거 LSD일 거라고 하더라. 들어본 적 있지? 나중에 여행하면서 의외로 그런 거 하는 서양애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내가 마약 혹은 위험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꽤 많은 외국인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돌아다며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평생 옳다 그르다 생각했던 게 대부분 그저 내가 속한 문화에서 만들어진 관념일 뿐 진리가 아니라고. 그때마다 네가 하던 말들, 여행 가자고 꼬시던 네 목소리가 많이 떠올랐어. 더 일찍 용기를 냈으면 더 많은 걸, 더 빨리 알 수도 있었을 텐데...」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 3장, 민주의 이야기 | 4장, 재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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