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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24. 2017

그 여行자의 집 (27)

2017년 가을, 서른셋 재현의 그 해. #27

27.

「어떻게 지냈어? 얼굴 좋아 보이네.」 

「뭐 그냥, 잘 지냈어. 책 나온 거 봤어. 축하해! 소설 좋더라.」  

축하를 전하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자연스러워 순간 내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일까? 그녀는 내 책을 읽고 좋다고 생각했을까? 

「별로 팔리지도 않은 책인데, 어떻게 알았네.」 

「경화가 알려줬어. 걔가 원체 소설 좋아하잖아.」  

「그랬구나. 내가 작년에 경화 씨한테 연락했었는데. 너랑 연락하고 싶었는데 안 되길래 궁금해서. 여행 갔다고 자기도 연락 안 된다고 하더라고.」  

그녀는 내 의중을 읽은 듯 

「아, 나중에 들었어. 한동안 인터넷을 쓰기가 어려워서 경화하고도 연락 못할 때가 있었거든. 아마 그때 연락이 왔던 모양이야.」 

라며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그녀의 여행이 2년 가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나는 아연했다. 일 년만 같이 여행다니면 좋겠다는 내 말에 그렇게 오랫동안 어떻게 외국에서 살 수 있겠냐며 늘 부정적이기만 하던 그녀가 아니던가. 이 여자가 정말 내가 7년 동안 만난 그 여자가 맞을까? 

「너 좀 변한 거 같다.」  

「그래? 아마 여행 갔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봐. 나도 아직 나한테 여행자의 기운이 살짝 남아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녀가 조심스레 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듯 슬쩍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냥 뭔가 좀 달라. 한국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한 것 같은 것들도 조금씩 달라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너 만나는 것도. 예전 같으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은데, 뭐 어때 싶기도 하고.」  

그녀가 웃는다. 새삼 10년 전 그녀와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웃고 있는 그녀가 얄밉게 느껴진다. 그렇게 내 곁에서 웃어주길 바랬는데, 그녀를 웃게 하고자 노력도 많이 했었는데 그땐 한없이 시무룩하게 땅만 보고 살더니 헤어지고 나니 내가 가자고 할 땐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던 여행도 가고, 혼자 행복해져서 돌아온 건가 싶다. 자못 자랑스러워야 할 출판의 실적이 그녀의 미소 앞에서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뭔가 엄청 좋았나 봐. 재밌는 일이라도 있었어? 얘기 좀 해봐. 혹시 알아 글 쓰는데 영감이 될지?」  

눈치 빠른 그녀가 내 말투에 비꼼이 있음을 눈치 채지 못 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녀는 

「아, 그런가? 그럴까?」 

라며 내 기분 따윈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여행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 3장, 민주의 이야기 | 4장, 재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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