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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나는 어딘가에 있을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그녀가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글이나 번역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십년 전의 내 눈에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강해보였던 그녀가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하고, 글이나 공부에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때로는 나를 얼어붙게 한다. 나는 나아갈 수 있을까.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머물렀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떠나게 된 숱한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렇게 사라질까. 이 질문에 나는 온전한 긍정도, 온전한 부정도 할 수 없다. 나는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