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배 Oct 31. 2020

우리만의 행복을 찾아서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시네요. 멋져요!"


최근 한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놀랐다. 남들 눈에 나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정작 스스로는 하고 싶은 것의 절반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육아 때문에, 돈 때문에, 여자라서, 엄마라서, 나이가 많아서. 내 삶이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한 이유들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시선에서 나는 이 모든 것을 털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의 말을 곱씹으며,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해보고 싶은 것을 모두 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 요가를 가르쳐도 보았고, 요가 유튜브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프리랜서 기자로 기존의 일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커리어를 어느 정도 정착시킨 것이다. 그런 와중에 마음 내키면 아이와 나들이를 떠나기도 했다. 아이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하면 바다로, 산에 가고 싶다면 숲으로 향했다. 차에 텐트를 올려 캠핑도 무수하게 다녔다. 그리고 우리의 집을 양평 땅에 짓고 있기도 하다.


내 기억은 지난 성실함을 보상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에 동동거리던 순간에 멈추어 있는데 어느새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이쯤이면 그래도 충분히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싶어 진다.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어 걸어온 지난 몇 년은 우리에게 '우리만의 행복의 기준'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좋은 아파트, 좋은 직장, 좋은 대학이 아닌 우리를 꼭 닮은 집,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직업, 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함께 가족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직장을 다니던 그 시절엔 꿈과도 같았던 삶을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었고 한 발자국 내디딜 적마다 주변의 반대와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남들이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인생에서 나는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극도의 불안함을 느낀 적이 더 많았다.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지만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때에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지.'

'아이가 아파서 휴가를 내야 하는데, 동료들은 또 애 핑계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집안일을 모두 제쳐두고 오로지 회사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여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


결국 내 불안함의 원인은 나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저당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내 미래를 선택할 수 없었고 남들이 결정해주는 대로 끌려 다녀야 했다.


신월동의 작은 빌라를 벗어나 새로운 집을 보러 다닐 때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예산에 적당하고 여러모로 조건이 좋은 집이 나와도 그 집을 덜컥 사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돈도 없는 주제에 눈만 높은 것이 아닌가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지만, 곧 값이 오를 것이라는 아파트와 그 안에서 살게 될 삶이 어쩐지 버겁게만 느껴졌다.


남들 시선에는 허무맹랑하고 허황된 생각이었을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툭툭 서로에게 던졌고 그 말들을 흘려듣지 않았다. 늘 서로가 꿈꾸는 것을 응원해주었고 지지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서서히 새로운 삶으로 걸어 들어간 우리에게 부디 행복한 미래가 오길 바란다. 어느 하나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과거나 지금이 여전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순간의 우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시간과 우리의 공간을 스스로 선택했고 스스로 감당하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있으니까.  


지금껏 나는 아이가 날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비로소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통해 주인으로서의 삶을 배우길 바라게 됐다. 남들에 억지로 자신을 껴맞추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힘. 고난을 만났을 때 불평하기보다 상황을 벗어날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 영어 천재, 공부 천재보다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


앞으로도 우리의 삶은 파도치듯 변화할 테고 또 다른 성취와 실패들이 번갈아 우리의 앞을 찾아오겠지만 늘 우리는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지지해줄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에게 최선인 것들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것이다. 그것이면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번듯한 직장, 번듯한 아파트, 번듯한 대학이 없더라도 말이다.





이전 11화 기대된다 우리의 진짜 드림하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