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모키타자와에서 배운 스몰 브랜드 전략

by 캡선생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컨설팅이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퍼스널 브랜드 컨설팅이든 공통으로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나는 늘 “쪼개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방향제’를 팔지 말고 푸리(구 푸푸리)처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뒤 뿌리는 방향제’를 팔고, ‘육아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하기보다 최민준 소장처럼 ‘아들 육아 전문가’라고 소개하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쪼개 만든 작은 땅을 먼저 내 것으로 확보한 뒤, 그다음에 조금씩 확장하는 것. 이것이 스몰 브랜드와 개인이 대기업이나 유명인과 경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의 시모키타자와에서 그런 ‘뾰족함’을 마주했다. 교보문고나 문구점 한켠의 작은 코너에서나 볼 법한 스티커만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 B-Side Label Shimokitazawa다. 이 브랜드는 2003년 오사카에서 길거리 판매로 시작해, 지금은 도쿄/오사카/교토 등 주요 도시에 매장을 둔 스티커 전문 브랜드로 성장했다. 일본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스티커만을 다루며, 수천 종의 디자인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곳이다. 송곳처럼 뾰족한 이 가게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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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티커, 오직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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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정도 크기의 공간에 있는 것은 스티커, 오직 스티커뿐이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붙이는 바로 그 스티커 말이다. 이 평수에 스티커만 모아 팔자고 하면 대부분의 사장님은 선뜻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스티커를 파는 김에 노트나 문구류를 함께 팔고, 손님들이 목이 마를 수도 있으니 음료를 두고, 휴대폰 케이스나 충전기도 놓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조금씩 파는 문구점’ 혹은 '편의점'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 전문점을 찾지, 김밥천국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경쟁력도 거기서 갈린다. 하나만 제대로 파는 곳은 멀리서도 찾아가지만, 이것저것 다 파는 가게는 결국 집 근처에서만 소비된다. 이곳에는 크기, 메시지, 디자인까지 취향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스티커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실제로 B-Side Label은 수천 종 이상의 디자인을 상시 운영하며, 매달 새로운 스티커를 추가한다고 한다. 스티커밖에 없지만 스티커만큼은 ‘당신 취향에 맞는 건 최소 하나쯤은 반드시 있다’는 확신을 주는 구성이다.


2.스티커를 위한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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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집다 보니 어느새 엄지와 검지 사이에 열 개가 넘는 스티커가 쌓여 있었다. 가볍지만 미끄러운 포장 때문에 몇 번이나 바닥에 떨어뜨리게 됐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바구니였다. 슈퍼마켓에서 흔히 보는 그 바구니인데, 크기가 10분의 1 수준이다. 스티커만 담을 수 있는 앙증맞은 크기라 사진을 찍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귀여움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쓸 수 있는 치트키가 있다. 극단적으로 크게 만들거나, 극단적으로 작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가게의 바구니는 후자였다. ‘스티커 전문점의 바구니’라는 맥락까지 정확히 맞아떨어지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경험을 공유한다. 실제로 이 브랜드는 스티커의 방수/내구성을 강화하고, 진열 방식이나 집기까지 스티커 구매 경험에 맞춰 설계해 왔다. 스티커를 위한, 정확히 말해 스티커를 고르고 사는 경험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였다.


3. 전문점의 전문가


뾰족한 콘셉트도 좋고, 스티커 전용 바구니 같은 디테일도 인상적이지만 결국 핵심은 사람이다. 전문점이라면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 키오스크가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계산과 멘트만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 한 명 한 명을 환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곳이 그랬다.


계산대에서 점원은 결제만 하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그 나라의 언어로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고르라며 스티커 두 종을 보여주고 덤으로 건넸다. 여행자 후기에서도 이 브랜드의 직원 응대와 추천 방식은 자주 언급된다. 사소하지만, 구매 경험의 끝단을 이렇게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 가게는 분명 ‘전문점다운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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