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May 03. 2018

퇴사하기 전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

회사를 관두기 전에 나름 스스로 규칙을 세워 '퇴사하기 전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과연 잘 지켜졌을까? 


퇴사하기 전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

1. 가장 바쁠 때 그리고 감정적으로 퇴사하지 말 것.
2. 불만을 제기하지 말고 나갈 것.
3. 무슨 일을 할 것인가는 이야기하되, 어떤 것들을 할지는 금물. 
4.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고 인수인계서 꼼꼼히 작성할 것.
5. 퇴사하기 전의 불안, 걱정, 두려움 등 느끼는 감정 세세히 기록할 것.
6. 퇴사 후 곧바로 여행 다녀올 것


가장 바쁠 때 그리고 감정적으로 퇴사하지 말 것.


가장 바쁠 때는 아니지만 덜 바쁠 때 회사를 나왔다. 원래 맡았던 프로젝트까지 마무리하고 나가려고 했으나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어 같이 하던 사람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처음 입사할 때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라 형상관리 서버(SVN)에 코드부터 문서까지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작년 가을쯤 감정적으로 퇴사할 뻔한 적이 있었다. (물론 퇴사는 매일 생각하고 있지만)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때 이대로 나가면 100% 후회할 거 같아서 참은 적이 있다. 되돌아보면 그때 나가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만약 그때 나갔더라면 겨우내 집 계약부터 돈 문제 등 여러 방면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 처음 느꼈다. 퇴사는 감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욱할 때 절대 그만두면 안 되고, 아무 일 없이 평탄하고 차분하게 흘러갈 때 그만둬야 한다.


불만을 제기하지 말고 나갈 것.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불만은 모두 얘기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큰일 날 소리였다. 팀장님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고 나서 내가 서 있는 자리와 회사 동료들이 서 있는 자리는 달랐다. 나는 곧 떠날 사람이었고 그들은 여전히 남을 사람들이다. 만약 불만이 있다면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 있을 때 얘기했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는 이야기하되, 어떤 것들을 할지는 금물.


가장 잘 안 됐다. 어떤 사람에게는 무슨 일을 할 것인지만 이야기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것을 할지 이야기했고 그 둘을 합쳐서 얘기한 경우도 있었다. 왜 사람마다 기준을 달리해서 말한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회사를 다니면서 그렇게 스스로 체득된 건 아닐까.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고 인수인계서 꼼꼼히 작성할 것.


작성할 시간이 없었다. 막바지에 일이 몰려서 쳐내느라 바빴다. 나보다 2주 먼저 나간 회사 동료도 전 날까지 열심히 일하다가 나갔다.


퇴사하기 전의 불안, 걱정, 두려움 등 느끼는 감정 세세히 기록할 것.


가장 잘한 것 중 하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퇴사와 관련된 글을 계속 쓸 수 있다.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분량이 나오겠지만, 디테일은 생각보다 기록에 있다. 특히 감정은 휘발성이 강해 느낄 때 바로 적어야 나중에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퇴사하기 전에는 참 불안했고, 걱정도 많고, 두려웠는데 막상 나와보니 별 거 아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었는지.


퇴사 후 곧바로 여행 다녀올 것



일주일 뒤 3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고, 보름 뒤에 태국 치앙마이로 긴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치앙마이 님만해민에 위치한 마야 백화점 BLACK CANYON COFFEE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퇴사 직후는 가장 시간이 많고, 가장 생각이 많을 시기다. 홀로 여행을 떠나 맛있는 것도 먹고 생각을 정리해보자. (강력 추천)




이전 03화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