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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Oct 22. 2022

강석

10만 원 - 첫 번째



까똑-


바빠서 날 선 시간에 울리는 낯선 메시지 알림음.

입던 하얀색 셔츠의 맨 위 단추를 채울까 말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출근 준비로 한창인 오전 7시 30분. 그것도 퇴근 후의 중요한 약속에다가 내일 있을 아버지 생신 잔치까지 고려해서 옷을 선택해야 하는 금요일이었기에, 집을 나서고 확인하면 그만인 메시지 따위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전신거울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단추를 채워보고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까똑-


알림음에 감정이 있을 리는 없지만 역시 차갑고 낯선 소리가 한 번 더 원룸 안을 울렸다. 동시에 예전에 팀장의 급한 메시지를 나중에 확인해서 곤란했던 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알 수 없는 찜찜함에 나는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잠시 올려둔 스마트폰 화면을 힐끗 쳐다봤다.


김강석

새로운 메시지가 왔습니다.


어? 김강석?

1초, 2초, 3초... 잠시 낯설던 이름이 곧 반가운 이름으로 바뀌었다.


아, 강석이! 웬일이지? 이 녀석이.

알고 있는 김강석이란 이름은 대학 동기 한 명뿐인데 까똑에 저장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네.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화면 속 시계는 벌써 40분이었다.

큰일이었다. 지각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했다간 주말 기분 전체가 꼬인다. 나는 외투와 가방을 든 손으로 급히 문까지 열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서 이미 한창인 원룸촌의 출근길 행렬에 뛰어들었다. 셔츠 맨 위 단추는 풀어둔 채로.


와,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에 45분에 출발하는 광역버스가 사실상 지각 데드라인 버스였다. 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 뛰어오른 나는 출발하는 차의 속도를 그대로 느끼며 맨 뒷줄 인도쪽 끝자리에 떠밀려가듯 몸을 던져넣었다.

직사각형 물체가 가방 안에서 한쪽 끝으로 쏠리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정류장까지 뛰느라 확인 못한 강석이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그 묵직한 스마트폰을 가방에서 꺼내 마주 보았다. 잠금이 풀리는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결혼한다거나 돈이 급하다는 연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곧바로 메시지가 드러났다. 나는 아직 가쁜 호흡을 쓸어내리며 엄지로는 찬찬히 화면을 쓸어올렸다.



청첩장 대신 이런 소식이라 미안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시간 되시면 

저를 아는 분들 오셔서 오랜만에 서로 얼굴도 보고

사는 이야기도 하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먼저 가서 그 모습 지켜보고 싶습니다.


----------부고알림--------------

김강석 부고알림


상주목록
부: 김정훈
모: 박성희
제: 김민석(상주)
빈소: 대한대학병원 장례식장 108호


별세: 2022년 2월 14일 00시 01분

입관: 2022년 2월 15일 13시 50분

발인: 2022년 2월 16일 05시 30분



이게 뭐야? 무슨 소리지? 읽다가 머리가 멍- 해졌다.

메시지에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는데 내 머리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교 입학시험 불합격 통지를 받았던 20살의 추웠던 그날처럼.


버스는 나를 태우고 차가운 순환도로 위를 하염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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