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로그로뇨에서 라바레떼까지

2023.5.1(월)

by 박달나무 Sep 26. 2023
아래로

내가 큰 영향을 받은 다큐영화가 <The horse boy> (https://youtu.be/fCtN25B4YME)


2009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된 다큐다. 아버지 루퍼트가 아들 로완의 자폐 장애를 보완하기 위해 몽골의 샤먼을 찾아 말을 타고 장거리 원정을 다녀온 사연을 담았다.


같은 제목의 책도 있다. (절판돼서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영화는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책은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내가 <호스보이> 책을 소개한 브런치 글이 있다. 필요한 분은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https://brunch.co.kr/@brunchkxkn/187)


그리고 내가 큰 영향을 받은 책이,


<숲은 생각한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610945


이미 미국 주도의 문화인류학이 막을 내리고 유럽에서 새로운 인류학이 부상했다고 하는데, 한국에 알려지지 않다가 에두아르도 콘이 쓴 <숲은 생각한다>가 처음 국내에 소개된 남미에서 시작한 인류학의 새물결이다. 원제는 <How Forest Think>


<호스보이> <숲은 생각한다>를 통해 나는 아이들에게 호스테라피(EAP; Equine Assisted Psychotherapy)를 적극 권장하고 있고, 사람의 존재적 원형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


로그로뇨는 팜플로나와 다른 주에 속하는 도시다. 팜플로나는 나바라 주이고, 로그로뇨는 리오하 주 소속이다. 리오하 와인이 보르도 와인 만큼 유명할 정도로 리오하에는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20km는 좀 무리인 듯해서 14km를 걷고 라바레테 마을에 알베르게에서 침대 4개를 구했다. 다음 마을 벤토사까지 가려면 결국 20km를 걸어야 한다. 오늘은 2시에 라바레테에 도착해서 걸음을 멈춘다. 짧지만 9시부터 2시까지 걸었으니 다섯 시간을 길 위에 있었다. 노동절이라 도시든 시골이든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다.(그래서 로그로뇨 차 없는 중심 도로 위에서 사진 찰영)

노동절이라 차가 없다                                                                                         노동절이라 차가 없다                                                                                         

루틴에 따르면 오늘은 힘든 하루가 될 예정이다.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행복한 것만 남길 수도 있다. 그래서 일체유심조)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법이다. 걷기 시작한 후 30분도 되지 않아, 업고 가라는 말도 안되는 작은아이의 청을 잠시 들어주는 척을 했더니 큰아이 화가 났다. 왜 그리 관대하게 대하냐는 거다. 그러니 아이 버릇이 더 나빠진다나…. 하면서. 100% 질투다.


너도 업어줄게… 했다가 큰아이가 더 크게 화를 내고 ‘사라졌다’ 보이지 않게 멀리 뒤처져서 혼자 걷는 거다.


한참을 그대로 두다가,


가까이 가서 큰아이와 함께 걸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큰아이 기분이 풀렸다. 

                                                                                                                                               하지만 이번엔 작은아이가 발을 헛디뎌 무릎에 멍이 든 이후로 자꾸 울고 걷는 걸 거부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물 반 고기 반이란 이런 걸 말한다물 반 고기 반이란 이런 걸 말한다


하루의 마무리는 매우 유쾌하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걷는 내내 아이들도 나도 힘들었다. 물론 배낭의 부담에 인솔의 부담을 고스란히 어깨에 진 여자 선생님도 힘들었다.


내 생각에 두 아이의 뿌리가 연결돼있다. 가지가 연결된 연리지처럼 <연리근>이라 할까나. 드러난 가지와 이파리들은 다른 모양 다른 색깔이지만, 뿌리는 한 몸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은 2보 전진 1보 후퇴의 패턴을 그린다. 잠시 잠깐 퇴행한다. 거의 그렇다. 


내가 지켜본 아이 중에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이가 퇴행을 거듭해서 지금은 전혀 말이 없는 청소년이 된 경우도 있다.


그러니 잠시 퇴행의 모습을 보이면 다시 회복되지 않을까봐 크게 걱정하는 법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나는 어쩔 수 없이 내 경험에 의지한다) 퇴행도 문화적 요인이 더 크다.(뇌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있겠지만)


장난감은 서양 역사에서 17세기에 등장하고 18세기에 본격적으로 상품화된다. 석기 유물에도 어린이를 위한 인위적 놀이용 돌멩이가 있지만, 전문적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돈 받고 파는 현상을 말한다.


장난감이 상품으로 가게에 나오기 전에는 내 주변의 자연물이 장남감이었을 것이다. 특정 장소를 찾아가서 구매한다는 생각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남자 아이들이 선호하는 색깔도 마찬가지다. 19세기까지 서양에서 남자 아이의 상징색은 핑크였다. 지금과 정반대다. 핑크색 옷이라면 기겁을 하는 남자 아이의 반응을 뇌의 조건반사라 할 수 없다.


이제 도시 지역을 벗어났고, “부르고스”와 “레온”만 큰 도시라서 장난감 구매를 갈구하는 작은아이의 치우친 행동은 진정될 것이다.


적게 걸으니까 여유가 있어서 좋지만 문제도 있다. 바로 남은 시간을 아이들이 어쩔 줄 모른다. 초저녁에 쉽게 잠들던 아이들이 늦은 시간에도 잘 생각을 안(못)한다.


짧은 거리라도 느리고, 자주 쉬면서 걷는 시간을 길게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걷기 프로그램은, 걷는다-먹는다-씻는다-잔다 네 가지만 하려고 온 것이다. 다른 액션이 추가되면 곤란하다. 


아, 그러면 알베르게 침대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장점은 단점의 자식이다. 서로 바꿀 수 있다. 단점은 장점이 낳았다.


사는 게 다 그렇다. 언제나 반대 경우를 품는다. 운명의 영역도 있는 법이다.


아니 대부분 운명이고, 우리는 일부를 의지로 바꾼다. 그 일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전 04화 Simple is greatful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