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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A Jan 25. 2016

청포도

다리 달린 짐승으로 태어났다는 건


가던 길을 멈추고
네가 자란 자리를 올려다본다


뭍에 사는 동물은 너를 보기 위해
고개를 젖혀 우러러봐야만 한다
목이 짧아 안간힘을 써야만 한다


나는 그림자를 가진 짐승
너처럼 뿌리내리지도
열매 맺지도 못하고
소리 내어 우는 슬픈 짐승


나비며 벌이며
네 주변을 맴도는 날벌레들
나를 겉도는 달콤한 풍경에
설익은 입맛만 다신다


그래, 저건 분명 실 거야
한 입 베어 문 순간

떫은 속내가 입 안 가득 퍼지고

뱉어내기 위해 애를 쓰게 되겠지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부은 발로 가던 길을 간다


네가 있는 자리를

띄엄띄엄 뒤돌아보며

서글픈 발자국만

드문드문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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