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말이 없다
높은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검댕이가 되어 버린 껌 덩어리
온몸에 멍이 든 돌덩어리
밟히고 받힌다
납작 엎드리고
잘게 부서지느라
목소리마저 얇아진 놈들에게
내 구두는 외로이 높다
오늘따라 어쩐지
발걸음 내딛기 벅찬 것이
껌처럼 나를 잡고 늘어지고
돌같이 나를 걸고넘어져서
아차,
휘청하는 순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나부라졌다
저만치 굽이 부러진 채로
말이 없는 나의 구두
그 고독한 높이를 내려와서도
너흴 그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니라며
눈가에 핀 눈물 꽃
향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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