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소설을 쓴다고 하면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저는 창작의 후일담을 늘어놓는 걸 좋아하는데, 떠들 곳이 없으니 여기에 늘어놓아 보겠습니다.
이번 작품의 영감은 어떤 책을 읽다가, 뱀파이어의 세계관(설정?)을 보고 떠올랐습니다.
‘뱀파이어는 초대받은 자의 영역에만 들어갈 수 있다.’
근데 뱀파이어를 초대하면, 초대한 사람은 죽는 거 아니야? 이런 의문이 뒤따랐고, 겁도 없이 뱀파이어를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맹랑한 주인공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물론 초기 설정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아빠를 둔 주영이와 인간의 먹이 삼는 아빠를 둔 민준의 이야기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끝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멋대로이지만 챙겨주길 좋아하는 영이, 시니컬한 척하지만 애정이 고픈 민준의 순박한 로맨스와 성장담은 잘 마무리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꼭 붙잡은 키워드가 몇 개 있습니다.
‘죄책감’, ‘K-뱀파이어: 뱀파이어 설정 뒤틀기’, ‘성장’
읽고 나서 제가 의도한 바가 어디에 드러나는지 독자 여러분들께서 눈치를 채셨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톤은 (놀랍게도)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을 참고 했습니다. 민준의 시니컬함이 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미건조하고 짧은 호흡의 문장으로 썼습니다. 수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짧은 문장은 다시 붙여였지만, 아무튼 의도는 그랬습니다. (하하)
혹시 〈소나기〉를 읽으셨다면, 소년과 소녀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민준과 영이도 기억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23년 4월부터 써 내려간 작품을 세상에 내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시간을 내어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024. 9. 30.
작가 정서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