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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Nov 14. 2019

귀촌일지

사진편_가을편_필름

9월과 10월에 라이카 미니로 찍음.





한  차례 뜨거운 햇살이 지나면 영근 것들을 거둬야 한다. 부지런 떨었던 가을을 담았다. 

떨어진 대추나무 가지와 주워온 밤. 밤은 깨끗하게 씻은 다음 반 갈라서 건조기에 돌리면 겨우내 먹을 수 있다. 가을엔 건조기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역시나 올해도 살상 무기인 고추 말리기. 안 매운 고추를 섞어 심었는데 어째서 더 강력해졌다. 방앗간에 가면 할머니들이 의자에 쪼르르 앉아서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도토리가 반짝이는 구슬 같아서 찍으려고 카메라를 켰더니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가 무심하게 손 모델을 해주셨다. 






다용도로 쓰이는 키. 들깨 거두려고 샀는데 거의 쟁반이다. 요즘은 베개에 넣으려고 말리는 감국이 차지했다. 






꽃이 만발한 가을에 마당에서 고기 먹기. 평온한 나날.






수돗가. 캣밀과 미나리 벼가 공존하는 곳. 저 돌바닥은 봉숭아 뜯어다 찧기 좋다. 

모내기 후에 남은 모판은 길에 버려진다. 혹시나 싶어 한 주먹 주워와 반찬통에 심었더니, 고양이들이 담아놓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고양이 시선에서 담아봤다. 앵두나무 아래서 열심히 달리더니 쌀알까지 맺혔다. 이럴 수가. 





벼와 무밭을 배경으로 가을 하늘. 







이제는 내년에 만나야 할 꽃들. 쨍쨍하게 펴있다가 서리가 내린 아침, 눈 녹듯 시들었다. 






부추와 고양이 물에 떨어진 봉숭아

입양 보낸 길고양인데 다시 돌아와 같이 살게 된 버터. 발랄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자기가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깨운다. 





평화로운 나의 일터. 마지막 사진은 고구마 두 마리로, 투표받아 고고와 구구로 불린다. 






동네 산책. 날이 맑아 가을 햇살이 조금이나마 담겼다. 긴 겨울이 지겨울 때, 바쁘게 사느냐고 가을의 질감을 잊었을 때, 꺼내볼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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