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걸음
"사장인 내 눈엔 입구에 놓여 있던 쓰레기가 보이는데 어째서 아무도 치우 지를 않는 거죠?"
'또 시작인가. 어떻게 하루도 잔소리하지 않는 날이 없냐.'
청소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일하는 태도와 목표에 관한 내용으로 변하더니 마지막은 자화자찬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아하하하하~ 역시 대표님 대단하세요!! 전 그런 거 생각도 못했는데."
"으하하.. 아무튼 내 얘기 다들 잘 들었으면 다음부턴 꼭 지켜주고. 이게 다 남의 꺼다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니까. 원래 내께 아니라고 생각하면 도대체 아끼려고 하지를 않으니."
'안돼.. 이제 그만해도 돼!!!!'
"그럼 선약이 있어서 먼저 나갈 테니 다들 좋은 하루 보냅시다~"
"네!"
드디어 끝난 훈화 말씀. 무슨 얘기로 꼬투리 잡힐지 종잡을 순 없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이유로 시작된다.
[절약, 주인의식, 배려]
좋은 얘기지. 이상적인 얘기랄까. 그런데 대표가 말만 꺼내면 기분이 나빠진다. 일도 많은데 언제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있어.
'그래도 난 돈 값 이상은하고 있다고.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거야?'
아침부터 훈화 말씀을 들어서 그런가 아까부터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게 있다. 분명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봤을 거 같은데 공용 정수기 옆에 굴러다니는 종이컵 몇 개가 신경 쓰인다.
결국 찝찝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 종이컵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아니지!! 아니야. 물건을 왜 그렇게 막 쓰냐고! 내 거다 생각하고 좀 살살 다뤄줘."
으휴. 말을 안 하면 저렇게 막 쓴다니까? 그건 그렇고 어질러진 쓰레기가 집안 곳곳에 보인다. 누구 하나 치울 생각이 없다.
'어휴.. 내가 한다 내가 해!'
"음.. 그러니까 제가 요청한 건 이런 형태로 디자인이 나왔으면 한다는 건데요? 보세요. 좀 많이 다르죠?"
"..."
"아니 아니죠. 네? 추가금이요? 아니 애초에 일을 제대로 안 해주셔서 그런 거잖아요. 아이.. 화내는 게 아니라. 자.. 한 번 들어보세요."
"..."
"그러니까- 어? 뭐야? 끊었어?"
맘처럼 되질 않는구먼. 아니 잔금을 마지막에 지급했어야 했나. 시작 전엔 내일처럼 해주겠다더니 아주 배 째라네.
"꺄하하하하핫~!!!"
"저.. 손님. 아이를 좀 말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 다른 테이블에 손님도 많은데 아이도 위험하고.."
"아! 말릴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뭐 장소도 넓은데 한번 뛰었다고 좀 그러네요."
'계속 뛰어놓고선.. 그리고 휴지는 또 왜 이렇게 많이 쓴 거지? 뭘 흘린 건가.'
"부탁드릴게요. 혹시 음료수 흘리셨나요? 요청하시면 제가 닦을게요."
"됐어요. 조금 흘렸는데 알아서 잘 정리했어요. 아?! 혹시 지금 휴지 많이 썼다고 뭐라 하시는 거예요??"
"아.. 그게 아니라.."
"너무 하시네요. 장사를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아 기분 나빠!"
참자.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 그래. 지나면 괜찮아져. 그래. 참아.
내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참 큰 거 같다. 규모가 중요한 것도 아닌 거 같은 게 이상하게 내 것일 때만 눈에 띄는 것이 분명 있다.
만났던 사람 중에 내 것이 아님에도 아끼고 소중하게 다뤄주는 이가 있었는데 당시엔 참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사건건 간섭했으며 별 거 아닌 것에서도 수시로 태도를 언급했기에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40대가 된 지금에서 그를 생각해 보니 배울 점이 참 많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게 내 것으로만 구성되었다. 누군가 내 것을 함부로 대하거나 소중하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공공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기분이 든다.
'나이를 먹어서 꼰대력이 상승한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 갈수록 내 것처럼 아끼고 소중하게 사용하는 마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 것이어야만 보이는 것들]. 내 것처럼 생각하고 이용해야만 알게 되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부디 남은 생은 타인의 것도 내 것 못지않게 소중히 생각하고 지켜주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