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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Aug 01. 2023

나의 안부를 묻는 후배에게

[안온한 편지]

나의 안부를 묻는 후배에게


너는 나를 항상 감격시키는구나.


젖은 나무도 웅신하게 타들어가는 불기의 날들 속에서

갓난 아가와 네 몸 돌보다가도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닐텐데,

너의 문자를 읽으며 목울대가 울컥했단다.


그런데 너의 '잘 지낸다'는 말이 '아직은 애써 견디고 있다'고 들리는 구나.

그래, 이 여름 폭염은 도망치듯 피서를 떠나는 게 아니지.

어차피 이 또한 지나갈 테니까 하루하루 용감하게 모래사장을 달려 바다로 들어가 보는 거지.


내게도 7월 한 달 동안 뙤약볕 사막을 걷는 마음이었단다.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이후 급작스럽게 나빠지다가

만성경추손상이 심해져 평창에서 온몸이 마비된 것 처럼 움직이지 못하셨지. 

아버지를 모시러 가던 그 날은  하늘이 무너질 듯 쏟아진 폭우에 내 앞에서  거대한 소나무가 쓰러져 그 밤에 차를 버리고 빗속에 산을 거슬러 올랐지.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겨우 아버지를 응급실로 모셔서 입원해서 겨우 회복되셨는데,

이번엔 부모님 모두 코로나19로 39도가 넘는 고열과 인후통으로 사경을 헤맸셨단다.


끝이 없이 다가오는 소용돌이를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어 펑펑 울고 싶은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구나.


하필 7월 3일부터 새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아직 버티고 있어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프리카부족 스와힐리어 중에 "하쿠나마타타" 인사를 너에게 건넨다

'모든 일이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그들은 하쿠나마타타를 백번은 해야 '괜찮은 하루'를 보낸 셈으로 친다는구나.


우리가 세상 사람들을 위해 쪼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좋은 일을 했고, 남에게 상처준일 없으니 신께서 낭떠러지에 그냥 두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묵주를 만지면서

하쿠나마타타를 수없이 외친다

그리고 너와  너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함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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