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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Jun 01. 2024

동식물의 마음을 읽는다

"저기 가는 두루미 좀 봐~ 우와!"


남편은 창문마다 따라가며 하늘의 두루미들을 보고 또 본다.


우리 집 창문에서는 하늘에서 수직하강하는 매도 보이고, 철새 떼도 보이고, 다른 이름 모를 새들도 보이는데 매번 같은 종류의 새들이다. 하지만 매일 지겹지도 않은지 남편은 똑같이 감탄하고 행복해한다. 그들이 지나가 버렸음을 매번 아쉬워하면서.


어쩜 그렇게 매번 보고 또 봐도 그렇게 아이처럼 행복해할 수가 있을까..


호주에는 주로 아파트가 아닌 주택인데, 가끔 길을 지나다 보면 맹견이 울타리를 넘을 듯 말듯하며 마구 짖는 경우가 있다.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지나야 하면 심장이 후들후들한다. 


나와 아들이 지나갈 땐 개들이 너무나 시끄럽고 무섭게 짖어대는데 남편이 지나갈 때는 조용하다.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하니까 개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Good boy! Good boy' 하라고 했다. 그러면 개들이 단번에 조용해진다면서.  


우리는... 해도 안 되던데...


남편은 식물들을 기르고, 지켜보는 걸 너무나 행복해한다. 산책을 할 때도 나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남편은 공원의 꽃들과 나무들의 사진을 찍고, 관찰하고, 이름을 알고 싶어 한다.


최약사는 약국을 개원해서 몇 년간 일을 했지만 지금은 몇 명의 다른 약사들을 고용해서 운영하도록 한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상대하는 것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여서 더 이상 약사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주로 집에만 있고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나가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어딘가를 가야 할 때 집에서 지하의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로 가는 경우,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가끔 동네를 산책하는 정도라고 한다. 그는 혼자서 취미 생활을 하는 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훨씬 편한 것 같다. 


그에게는 모서리 공포증이 있어서 책도 읽지 못하고,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도 매우 싫어해서 가족들과의 여행에는 (거의) 항상 빠지고, 자주 혼자 끙끙 앓아누워있기도 하지만 정말 똑똑하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것 같다.


그런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그는 식물을 기르는 능력이 남달라서 길가에 버려진, 거의 말라죽은 듯한 화분도 집에 가져와 기적처럼 살려낸다고 한다. 그런 그의 집은 아주 많은 식물들로 둘러 쌓여있다고 한다.


그는 또한 동물도 참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새들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새 동호회에도 가입해 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예전 동네 사람들은 나무에서 떨어져 다친 새들을 들고 왔고, 그는 극진히 그 새들을 모두 다 치료하고 돌봐주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조용한 시골에서 닭을 키우며 사는 거라고 한다.



소규모 회사를 운영하는 용대표는 자신은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기지 않고, 스몰토크도 아주 힘들어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컴퓨터 관련 업종에 몸담고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검사에서 자신은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느끼거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동물들과의 친화력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진짜 그런 것 같다면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동물의 감정을 매우 잘 읽거나, 동물이 아프거나 할 때 몹시도 감정이 많이 이입되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주위에 이런 이들이 다수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미술, 디자인, 컴퓨터, 무용, 음악, 어려운 학문에 종사했다. 시각적, 이미지적, 패턴적 사고가 강하거나, 하나에 몰입해서 뭔가를 끝까지 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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