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주니어 시절 나는 회사의 부문장님과 식사자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나에게 그분은 높아 보이기만 정말 어른 같은 분이었기에 참 궁금한 부분들이 많았다.
" 본부장님이 담당하고 계시는 영역이 참 다양한데 그 많은 일들을 맡고 계신다는 점이 참 존경스러웠습니
다. 다양한 실무경력을 쌓으시고 하나하나를 다 알고 계시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부장님은 부끄러우신 듯 웃으시면서 나에게 대답해 주셨다.
" 실무적인 지식이야 실무자들이 저보다 훨씬 전문가죠. 전 그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제 역할
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그 업무에서 시작을 하지 않아도 조직을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랍니다. 제가 그 많
은 실무지식을 다 알고 있기란 불가능한 일이죠. 전 좋은 리더를 세우고 그 안에서 그 리더가 그 팀을 이끌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무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는데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말씀 이신 거죠?"
"네 그렇죠, 저와 함께 일하는 팀장들을 신뢰하고 그들을 지지해 주고, 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함께
고민해 주고 해결해 주는 것만 잘해도 조직은 문제없이 잘 이끌 수 있답니다."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돌이켜보면 그분이 나에게 해주신 말씀은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예전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한 리더의 역할 확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해당 ceo 분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예전 부문장님의 말씀과는 상반된 관점이었다.
" 그 분야의 실무경험이 없기에 조직을 이끌기에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해당 실무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직원
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리더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실무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고,
모든 실무를 다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코칭과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서는 해당 실무에 대한 업무적인 지식 없이는 조직을 리딩하는데 어려움이 따라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보통 조직에서 역할이 커지게 되면 몇몇 팀의 업무를 책임지게 되고 이에 따라 업무의 영역 또한 넓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조직을 맡기게 되었을까?
관련 조직의 실무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점점 큰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에게 중요한 역할은 해당 실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보다는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People skill이 강조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이 바로 조직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리더로서의 인정을 '내가 더 많이 알고 너에게 더 좋은 솔루션을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면, 내가 완벽하게 학습이 되고 이해가 될 때까지 리더로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며, 그 리더가 관리하는 조직은 제자리에 멈춰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정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해당 분야의 실무적인 지식을 쌓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심도 있게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무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리더의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해당 조직과 리더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리더는 결국 실무에 대한 영역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위해 위를 보고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생각의 확장이 아니라 업무 안에 갇혀 실수 없이 업무를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조직의 경영자가 혹여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떨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결정하고 있다면 조직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바로 이 분야 전문가입니다."
"누구에게 물어본다는 이야기인가요?"
"누구 말을 더 들어야 한다는 거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은 어떤 조직일까?
"제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리더는 리더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리더는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일의 진행에 차질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찾고 뚫고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조직의 경영자나 리더들의 모습 속에는 어떤 모습들이 보이고 있는가?
혹시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견해나 자신만의 철학이야 말로 리더가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며, 그것을 통해 조직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