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의 하루는 짧은데 요리하는 시간만큼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을까? 간단한 재료와 간편한 요리 방법으로도 맛있고 다양한 음식이 가능하다.
오늘은 양배추를 이용한 발효 김치를 만들어보려 한다. 혼자 먹기 아까워 소개하고 싶은 음식 중 하나다. 이 음식을 알게 된 것은 아직 2년이 되지 않았다.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쉽지만, 늦게라도 알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양배추절임을 참고해서 내 입맛대로 만들어봤다. 물김치를 닮은 천연 유산균 양배추 발효 김치다. 재료는 간단하다.
양배추, 마늘, 굵은소금, 물
요 네 가지만 있으면 유산균 가득한 김치를 만들 수 있다. 마늘은 유해균의 증식을 막아주고 톡 쏘는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양배추는 흰색 양배추만 사용해도 되지만 나는 적색 양배추를 함께 섞어서 담는다. 흰색과 적색을 함께 담아 발효하면 색깔이 참 곱다. 밥상에 올라온 보랏빛 양배추김치에 반하고 맛에 또 한 번 반했다. 꼭꼭 씹어서 삼키면 내 장에 살고 있는 착한 세균들은 나의 소화를 돕는다.
예민했던 나의 장이 서서히 나아지면서 먹지 못했던 두부도 조금씩 먹고 있다. 이것이 양배추김치만의 효과는 아니지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두부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소화가 힘들고 장이 예민한 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양배추 발효 김치 만드는 방법
<재료>
양배추 1통, 적양배추 1/2통, 굵은소금 2큰술, 마늘 20~30쪽(알), 물 400~700ml
흰 양배추와 적양배추를 1:1/2통으로 담게 되면 알맞게 예쁜 보라색이 나온다. 진한 보라색 안토시아닌을 더 원한다면 1:1 비율로 넣어주고, 연한 보라색을 원한다면 적양배추를 1/3만 넣어준다. 좀 더 저염을 원한다면 소금의 양을 조절해서 넣어준다. 소금의 양이 너무 적을 경우 양배추가 물러질 수 있다.
1) 썰어서 굵은소금 2큰술 넣어 버무렸다 / 2) 10분 뒤 소금에 반쯤 절여진 양배추 / 3) 20분 뒤 숨죽은 양배추
1> 양배추를 씻는 방법은 양배추를 썰지 말고 통으로 잠기도록 물에 5분 정도 담가둔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농약이 걱정된다면 겉잎을 충분히 떼어주고 사용하면 된다. 김치를 담고 뚜껑처럼 덮어주는 데 사용할 겉잎 2장 정도 남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이때 얇게 썰면 아삭함이 덜 느껴질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삭함이 살아있다. 딸이 씹는 것을 힘들어하고 먹기도 편해서 늘 얇게 썰어준다. 정해진 답은 없다. 원하는 크기로 썰어서 담으면 된다. 심지는 버리지 말고 따로 썰어두었다가 마늘과 함께 물을 넣고 갈아준다.
숨죽은 양배추를 2~3분 정도 주물주물 /김치통에 담았는데 양이 좀 많다. 마지막 사진처럼 넣었다간 발효되면서 넘칠 수 있다
2>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 양배추를 소금간 한다. 소금 간을 한 양배추는 10분 후 뒤집어주고 다시 10분 더 기다린다. 총 20분 소금 간을 한 뒤 숨이 죽은 양배추를 빨래하듯 2~3분 정도 주물 주물 해준다. 양배추를 주물러주는 이유는 질긴 양배추가 부드러워지기도 하지만, 유산균 먹이가 되는 당류를 만들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물주물 해서 나온 양배추 수분은 발효가 잘되기 위한 과정이며 김치가 상하지 않게 도와주는 보존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나는 얇게 썰어서 주무른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껍게 썰어줬다면 좀 더 주물러야 할 듯하다. 김치를 덮어줄 양배추 겉잎도 살짝 간을 해주면 김치를 덮어줄 때 찢어지지 않고 사용하기 편하다.
어중간한 크기의 김치 통에 모두 넣는다면 발효되는 과정에서 넘쳐흐를 것 같아 두 개로 나누어 담았다. 조각난 양배추까지 뚜껑으로 사용
3> 주물러주는 과정이 끝났다면 갈아둔 마늘에 물을 좀 더 부어서 양배추와 섞어준다. 나는 물을 400ml 사용했다. 이제 양배추 발효 김치 담그는 과정은 모두 끝났다. 깨끗이 씻어둔 용기에 양배추 물은 빼고 먼저 양배추만 건져서 꾹꾹 눌러가며 담아준다. 모두 담았다면 준비해 둔 겉잎을 김치가 보이지 않게 덮어준 뒤 양배추 물을 부어준다.
3일째. 알맞게 발효되어 시큼한 맛과 향이 느껴지는 양배추 발효 김치
4> 양배추 김치는용기에 가득 채우지 말아야 한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넘칠 수 있다. 용기 1/3 정도는 비우고 내용물을 채운다. 봄과 여름엔 3~4일, 가을과 겨울에는 난방을 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에 따라 4~6일. 햇빛이 없는 실온에서 발효시킨 뒤 냉장고에 넣고 먹는다. 한 번 자리를 잡은 용기는 장소를 옮기지 않는다. 온도 차이가 있으면 발효가 잘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
초기에 양배추 김치를 담가 먹을 때 소금양 조절에 실패해서 짜게 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짜다 싶으면 먹을 때 물을 조금 섞어 먹는다. 만일 짜게 담가졌다면 걱정하지 말고 먹을 때 약간의 물을 섞어도 맛에 큰 차이는 없다.
김치를 담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어디선가 시큼한 냄새가 난다? 양배추에서 발효가 일어나면서 가스를 방출한다. 처음엔 냄새가 어색할 수 있다. 적응하면 군침 도는 발효 향기가 낯설지 않고 오히려 기대된다. 이번에도 발효가 맛있게 잘 되려나?
소화가 어려운 분이라면 천연 유산균 양배추 발효 김치 꼭 한 번쯤 담가보시길. 후회하지 않고 계속 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위장이 약한 분이라면 처음 시작할 때는 단독으로 먹지 말고 꼭 음식과 함께 먹어야 위장에 부담이 덜하다. 처음엔 한두 젓가락 정도의 양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늘리는 방법으로 먹는다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딸과 나만 좋아지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딸과 내가 몸이 나아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