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2)
부모님에게서 들은 잔소리가 아니라
회사에서 들은 잔소리라면 믿어지겠는가?
이젠 하다하다 내 앉는 자세까지 간섭 당하다니…
사실 이건 가장 약과인 편에 속한다.
Q대리는 목소리가 아주 컸다. 장기근속자라 회사 내부사정을 매우 잘 알고, 친한 동료들도 매우 많아 언제나 목소리가 컸다.
친한 사람에게는 물론, 안 친한 사람에게까지도 온갖 오지랖을 피우던 그.
앞서 언급한 ‘양반다리 잔소리’뿐만 아니라 그냥 회사 동료들 모든 것에 대해 잔소리를 했다.
그 딴엔 이게 애정표현이었던 것…
- 텀블러 이렇게 놔두면 일하다가 쏟아져요!
- 메일 보낼 때 이렇게 해야지 안그럼 백날천날 걸려요—!
- 우산 이렇게 해서 접어야지, 어느 세월에 그렇게 해요
- 약은 이런 게 잘 듣지—!
- 음식 이거랑 이렇게 해서 먹는 게 맛있지, 이렇게 먹으면 무슨 맛이여?
- 옷은 이런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겠구만
- 핸드폰 케이스 이런걸로 바꿔요~ 지금 세일할 때니까 내일까지 사놔
- 그 우유가 잘 안 맞으면 이런 걸로 바꿔서 마셔봐
- 다이어트 하려면 샐러드를 이렇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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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
참 애매하다. 도움이 되는 꿀팁도 있고,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듯한 말도 있고, 나에게 애정있어서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있고…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너무 주제넘는 말들이었다.
<도움이 되는 좋은 말> 이라는 명목 하에!
이게 좋대요/ 요즘 이렇게 하더라/ 이것도 해봐요!
-> 가볍게 제안하는 느낌이 아니라
이건 이렇게 해야지/ 요즘엔 이게 좋다니까 해봐/ 그럴땐 이거지 무조건 이거야
-> 상대방에게 강압적으로 자기 의견을 주입하는 느낌이다.
물론, 나도 어떤 건 무한 동의를 했고(정말 그의 말이 타당할 때가 있었으므로)
어떤 건 반대하기도 했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이게 좋아서요”라고 거절).
물론 이 잔소리도 <개무시>보다 강도는 약할 수 있지만 나에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출근할 때마다, 그리고 그와 대화할 때마다 ‘내가 한 게 뭐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어떤 잔소리를 또 하려나’ 라는 생각 때문에 그와 대화하는 게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잔소리가 멈췄다.
마치, 그간 자신의 잔소리가 권력이었다는 듯이!
나와 김대리만 제외하고
회사 내에서 여전히 모두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의 잔소리 자체가 그립다는 게 아니라, 그 잔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건 그와 멀어짐을 뜻하고(가까운 사이일수록 잔소리가 더 많았다) 이는 권력자로부터 멀어짐을 뜻했다그러니 잔소리를 들어도 그와 가까운 것이 회사 내에서는 더 유리한 것이었다).
비품 구매, 회사 차량 이용, 식당 및 카페 이용, 그외 모든 회사 복지 관련해서 Q대리가 담당했으며 그룹사와의 중요한 컨택도 Q대리가 꽤 많이 담당해왔다. 그런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꽤나 큰 소외감이 들 수밖에…
Q대리는 일부러 남들 들으라는 듯이
나와 김대리가 그에게 질문할 때는 매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나도 최대한 그에게 말을 안 걸려 했다).
Q대리가 우리를 괴롭히는 이유를 듣기 전까지,
한 달 내내 퇴근할때 그의 자리에 찾아가 목례를 하며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했지만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고, 통화도 안 하고 있었는데
나와 눈인사도 하지 않고 나를 씹었다.
(그래도 김대리에겐 목례는 했다는데, 아마 내가 그보다 15살은 어리고 그래서 나를 더 깔보고 무시했던 것 같다. )
김대리님이 그에게 묻자, 했던 말이 아직까지도 정확히 기억 난다.
김대리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