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퇴사하겠습니다 (1)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고, 팀장님에게(A씨 말고/ 우리팀은 다른팀과 합쳐졌는데, 기존의 다른팀 팀장님이 합쳐진 새 팀의 팀장님이 된 거다) 면담 신청을 했다.
"팀장님, 다음 달에 제가 계약 종료라서요."
라는 말과 함께 재계약은 어려울 것 같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회사 측에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계약직 1년 연장을 제안한다면.
앞서 말했듯,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줄줄이 퇴사하며
여러 개발팀 사람들이 권고사직 당하고 있는 터에
나의 정규직 전환이 희망적이진 않아 보였다.
뭐, 물론 훨씬 훨씬 더 능력이 있었다면 전환이 되었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년이 조금 넘은 경력의 내가,
일단 <지금 당장>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가 없다.
게다가 이 회사는 2년 내에 본사로 합쳐질 전망이며,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인원이 정리될 것이다.
그러니 웬만큼의 능력이 있다 해도
나갈 의사가 있거나 계약 종료를 앞둔 직원이라면,
그냥 내보내는 것이 더 이득이다.
이전 회차에서 언급했듯이 회사가 커지며 많은 인원을 채용했기에 여전히 잉여인력이 많아,
잉여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능력 있는 직원들이 나갈 때도
붙잡기 않았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내가 계약종료 얘기를 꺼내자 팀장님이 꽤나 놀라셨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요. 언제시라고요?"
팀장님과 대화하다가 알았다.
아, 팀장님... 나 계약종료인 거 몰랐구나!
그럴수도 있지... 팀이 합쳐진 지 두달, 아직 모를 수 있지!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기존 인사팀 팀원들에게 너무 소홀했던 탓에,
'역시 모를 줄 알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팀장님이 있지만
우리팀 팀장님이라는 생각도, '우리팀'이라는 소속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팀장님은 기존인사팀 말고 어쩔수없이 본인이 담당했던 기존의 팀과 너무너무 친밀했고,
우리는 파트장이 된 A씨를 여전히 팀장'급'으로 모셨다(?).
팀장님 다이렉트로 보고하지 않고, A씨를 통해 팀장님에게 보고하는 것.
지시 또한 마찬가지.
결국 나에게 누락된 지시도 점점 많아졌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윗선에서 지시한 일을 무시하고 안한 사람이 될 뻔한 걸 김대리님이 구해준 적도 있다(!).
나는 이 회사에서 거의 9개월 내내 팀장님 없이 지내다,
겨우 팀장다운 팀장님을 만났으나(실제로 업무능력 등 워낙 탁월하시긴 했다)
<제대로 된 우리팀 팀장님이 아니구나>를 느낀 게 퇴사의 가장 큰 이유다.
이분은 인사팀 팀장이었던 적이 없기에,
인사파트는 거의 A씨에게 전적으로 맡긴 것이 가장 큰 좌절이었다.
몇개월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전혀, 여전히 A씨가 내 팀장 노릇을 했다..
있으나 마나 한 팀장님, 팀장님도 모르게 A씨가 저지른 만행은 내 업무 뺏어버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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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쭉- 해왔는데, 갑자기 <내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X대리에게 뺏겨버린 것이다.
그런데.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해당 업무는 X대리가 들어오기 한달 전에 중단되었다.
그러니까... 업무분장표에서 그 업무를 뺏어 X대리의 업무에 넣었지만,
정작 X대리는 그 업무를 한 적 없는 거다.
하지만 윗선에서 그 업무분장표만 보면 이전까지 X대리가 그 업무를 맡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그간 내가 해온 공은 그에게 가겠지..
더불어, 새로운 팀장님이 나에게 프로젝트를 하나 지시했었다.
내가 이 회사에서 팀장님에게 받은 프로젝트는 처음이어서 굉장히 신났었다!
뭔가 발전적인 걸 할 수 있다니-!
총 3-4차례의 보고를 올렸고,
그중 개선점도 구체적으로 만들어 올렸다.
그후 내 퇴사로 인해 흐지부지, 피드백 없이 끝나버렸는데...
어느 날 내가 낸 개선점을 고대로! 착안해서 회사에서 쓰고 있는 걸 발견했다.
팀장님도, A씨도 나에게 아무 말 없었는데...
나는 A씨에게 그걸 보여주며 "이거 바뀌었네요?"라고 물었고,
A씨가 부디 "네, ##님 아이디어 낸 걸로 바꿨어요."라는 답변을 하길 바랐다.
하지만 A씨는 "네, 이전 거는 별로더라고요."라는 말밖엔 하지 않았다.
내 마지막 퇴직면담 때야,
팀장님이 "참, ##님이 낸 아이디어로 회사에서 이러이러하게 사용했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해서
'역시, 내 아이디어가 맞구나' 싶었다.
결과적으론 한 달이나 지나고서 말해준 것..
'어쨌든 말해줬잖아!'라고 하기엔
이 사태로 미루어보아, 그동안 나에게 전달하지 않은 보고/회사상황 등이 얼마나 많았을지,
한마디로 뭉갠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훤히 보여
짜증나서 그만 둬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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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다 덮을 만한 장점,
그러니 정규직 전환 정도는 되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그정도로 해줄 거 아니면 나 그냥 나간다, 를 피력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실 정규직 전환돼도 연봉인상 없을 거고(해당 회사는 연봉<복지)
내 심신의 안정과 스펙인정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