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여름 Oct 25. 2024

출근했더니 업무 권한이 다 사라졌다

리더의 뒤통수치기

퇴사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출근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회사에서 사용하는 자사 통합인사시스템(erp/e-HR 등)에 들어가 로그인을 했는데...


모든 권한이 다 사라져버렸다!


인사관리권한, 채용권한, 복지권한 모두 다 사라져버린 건에 대하여-





내 업무 루틴은 이러하다.

통합인사시스템에 접속해, 나에게 올라온 결재 건들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것.

그다음에 다른 업무들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결재 건 승인 업무는 복잡하진 않지만, 영수증 지결 처리, 증빙용 서류로 급하게 필요한 건/

내가 승인을 해야 다음 업무가 가능한 건 등이 있어 최대한 빠르게 승인하는 것이 좋은 게 대다수.


업무가 나에게 가장 사이즈 큰 업무였다.

그런데, 평소처럼 일하려고 로그인 했더니 모든 권한이 빠져있고, <일반 권한>만 남아있는 보고 

내 두 눈을 비볐다..!


진짜로 내 눈이 잘못된 줄 알고(1년 내내 다니면서 생전 처음 보는 화면이었기 때문..)

로그아웃했다가 다시 로그인하고, 창을 껐다가 다시 켜고... 10분 뒤에 다시 들어가보기도 했으나 여전히 똑같았다!


결국, 리더 A씨(팀장이 되지 못한 그)가 내 권한을 아예 빼버렸다는 결론밖엔 없었다.

권한 지급 및 회수는 A씨밖에 못하기 때문...

*참고로 그간 오류가 난 전례가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이 수기로 지급/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건들지 않으면 시스템 혼자서 오류가 날 일이 없는 구조다.


곧이어 출근한 김대리님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둘다 무척이나 황당해했다.


권고사직 당하는 분들이, 어느날 아침 출근해보니 본인 책상이 화장실 앞으로 옮겨져있었다,

의자가 없어졌다, 컴퓨터가 없어졌다 등 별별 황당무계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시각적으로 대놓고는 안 보이지만,

퇴사하기도 전에 권한을 통으로 뺏다는 건 그냥 내 책상을 빼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오히려 합법적으로 일을 안해도 되는 거니 잘됐다 싶기도 했지만

기분이 너무 나빠서 권한을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팀장님에게 곧바로 달려가 <후임자가 없어 아직 인수인계도 못했고, 결국 내가 업무를 해야 하는데 업무 권한이 다 빠져있다, 후임자에 대해서 일언반구 없어 걱정이 된다>(회사에 대한 걱정 때문인 걸 밝혀준다)라고 말했다.


팀장님 왈, <권한을 빼라고 한 적도 없고, 그건 A씨밖에 못할 텐데 왜 그랬지..? A씨에게 이야기 하겠다. 그리고 만약 후임자가 안 들어오면 A씨와 Y씨가 업무를 나눌 테니 그건 걱정 마라.>고 하셨다.


어쨌거나 그후 A씨가 출근했고, 그에게 권한이 빠졌으니 넣어달라고 해서 다시 받았다.

팀장님도 A씨를 불러 한마디 했다.


퇴사하는 사람에겐 정말 예의가 이렇게까지 없어질 수 있구나...를 느끼게 된 경험이다.

이전 18화 안 올 줄 알았던 후임이 들어왔다(ft.대체자는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