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퇴사하겠습니다 (3)
퇴사 앞둔 사람들 중에, 회사에 빡쳐서 인수인계고 안 만들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그 업계를 완전히 뜰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보통 퇴사할 때의 마지막 모습만 기억에 남고, 그 모습이 그 업계에 돌고돌아 다음 회사에도 퍼질 수 있으니 그냥 무난하게 인수인계 하고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그리고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 웬만하면 무난하게 나오는 게 좋다).
그렇다면 남들이 다 말하는 위의 이유 말고(아름다운 뒷모습) 내가 알려주고 싶은 다른 이유들도 있는데….
퇴사 3일 전, 후임자가 갑자기 입사했다.
인수인계 파일만 전달하고 끝낼 수 있길 바랐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직접 만나 하루 종일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돌아보면 그 경험은 나에게 더 큰 배움이었다.
참고로 내가 작성한 인수인계 파일은 약 50page 분량의 피디에프 파일과 엑셀 파일.
이렇게 인수인계서를 만든 건, 당연히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1. 퇴사 후의 이미지는 오래간다
퇴사 직전의 태도는 의외로 강하게 기억된다.
업계를 떠나지 않을 예정이라면, 퇴사의 마지막 인상을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불편했던 감정은 뒤로 하자. 전문성을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태도는 성숙한 어른의 태도다.
* 레퍼런스 체크 중요
2. 인수인계서는 곧 나의 업무 포트폴리오다
문서화는 내 업무의 가시화를 가능하게 한다.
막상 이직 준비를 하다 보면 기억이 흐릿한 프로젝트가 많다.
잘 정리된 인수인계 문서는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이거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인수인계서는 정말 중요하다.
3.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실무 역량과 별개다
일을 잘하는 것과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역량이다.
인수인계를 통해 내가 ‘아는 것’을 ‘공유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은,
곧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논리력의 점검 기회가 된다.
그러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다음을 위한 ‘마지막 문장’을 스스로 잘 써야 한다.
아래는 짧은 주관적 이유다. ㅎㅎ
나는 내 후임자에게 ‘직접’ 인수인계해주는 게 나름의 로망이었다.
나 같은 경험주의자에겐 이런 로망도 있다. '퇴사 시 인수인계를 멋지게 해주는 로망'.
내가 안 해본 것에 대해 로망/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어, 내가 해보고 답을 내리기 때문이다.
(원영적 사고)참고로 이 특수한 케이스는,
인생에서 ONLY 퇴사할 때 단 한번뿐이다.
이직을 안하는 사람에겐 인생에서 3번도 안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이런 기회 필요없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그러니 짜증 대신 <좋은 기회> 라고 여기고 기회를 잘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