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사 앞두고, 인수인계를 잘해주면 나한테 뭐가 좋을까?

이제 그만 퇴사하겠습니다 (3)

by 이여름

퇴사 앞둔 사람들 중에, 회사에 빡쳐서 인수인계고 안 만들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그 업계를 완전히 뜰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보통 퇴사할 때의 마지막 모습만 기억에 남고, 그 모습이 그 업계에 돌고돌아 다음 회사에도 퍼질 수 있으니 그냥 무난하게 인수인계 하고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그리고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 웬만하면 무난하게 나오는 게 좋다).


그렇다면 남들이 다 말하는 위의 이유 말고(아름다운 뒷모습) 내가 알려주고 싶은 다른 이유들도 있는데….




퇴사 3일 전, 후임자가 갑자기 입사했다.
인수인계 파일만 전달하고 끝낼 수 있길 바랐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직접 만나 하루 종일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돌아보면 그 경험은 나에게 더 큰 배움이었다.

참고로 내가 작성한 인수인계 파일은 약 50page 분량의 피디에프 파일과 엑셀 파일.

이렇게 인수인계서를 만든 건, 당연히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왜 <나를 위해서> 인수인계를 꼼꼼히 작성해야 할까?


1. 퇴사 후의 이미지는 오래간다

퇴사 직전의 태도는 의외로 강하게 기억된다.
업계를 떠나지 않을 예정이라면, 퇴사의 마지막 인상을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불편했던 감정은 뒤로 하자. 전문성을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태도는 성숙한 어른의 태도다.

* 레퍼런스 체크 중요


2. 인수인계서는 곧 나의 업무 포트폴리오다

문서화는 내 업무의 가시화를 가능하게 한다.
막상 이직 준비를 하다 보면 기억이 흐릿한 프로젝트가 많다.
잘 정리된 인수인계 문서는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이거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인수인계서는 정말 중요하다.


3.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실무 역량과 별개다

일을 잘하는 것과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역량이다.
인수인계를 통해 내가 ‘아는 것’을 ‘공유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은,
곧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논리력의 점검 기회가 된다.

그러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퇴사는 끝이 아니다.

다음을 위한 ‘마지막 문장’을 스스로 잘 써야 한다.



아래는 짧은 주관적 이유다. ㅎㅎ


나는 내 후임자에게 ‘직접’ 인수인계해주는 게 나름의 로망이었다.

나 같은 경험주의자에겐 이런 로망도 있다. '퇴사 시 인수인계를 멋지게 해주는 로망'.

내가 안 해본 것에 대해 로망/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어, 내가 해보고 답을 내리기 때문이다.


(원영적 사고)참고로 이 특수한 케이스는,

인생에서 ONLY 퇴사할 때 단 한번뿐이다.

이직을 안하는 사람에겐 인생에서 3번도 안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이런 기회 필요없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그러니 짜증 대신 <좋은 기회> 라고 여기고 기회를 잘 활용해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