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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Nov 28. 2023

차가운 공기

타임 리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는 타임 리프를 시작한다. 작년의 이 시간으로, 가장 내 기억에 강력히 남아있는 그 시절로….






 이 맘때쯤이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응답하라 1988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불현듯 이 드라마가 떠오른다. 작년에도 보고 올 해도 또 보고 있다. 내가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놓칠세라 유튜브에서도 이맘때쯤이 되니 쇼츠에 자꾸만 올라온다. 그렇게 몇 장면을 보고 나면 이번에는 안 봐야지 하다가도 또 보고 싶어 져 어느새 넷플릭스를 틀고 있다.

 한창 이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도 이 맘 때였고,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도 이 맘 때쯤이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겨울인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응팔은 나를 2016년으로 끌고 간다. 나는 2016년 겨울, 한창 육아를 하면서 이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드라마만 보면 기어 다니던 우리 아들의 모습이 떠 오르고, 전에 살던 집의 거실이 떠오른다.

 몇 년째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니, 89년생인 내가 겪어 본 시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 시절을 겪은 사람처럼 저 옛날이 그립게도 느껴진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건 음악도 있다.


이문세, 윤종신


 나에게 겨울 노래란, 이문세 윤종신이다. 작년 12월에 콘서트를 다녀와서 쓴 브런치 글도 있다. 가을엔 옛사랑이 떠오르고 겨울엔 소녀와 Annie가 떠오른다.

 이 노래들은 나를 일본으로 안내한다. 2014년 겨울 지겹게도 들었던 노래들이다. 향수병이 도졌을 때이기도 하다. 이 노래들의 도입부만 들어도 내가 살 던 곳의 산책로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거의 10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 데도 아직도 그렇다. 그때 그 시절의 고민과 고충들도 함께 떠오르고, 터덜터덜 집에 가던 퇴근길도 생생하다.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건만 엔화가 많이 떨어진 지금은 언제 일본에 가면 좋을지 각을 재고 있다.






 공기의 온도로 인해 기억이 살아 움직인다. 참 신기한 일이다.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향수도 마찬가지다. 내가 한창 쓰던 시절의 향수 냄새를 우연히 맡으면 그 향기는 나를 또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드라마도 음악도 향수도 그리고 공기의 온도도 모두 꼭 타임머신 같다. 비록 기억 속으로의 여행이지만 다시 되살아난 이 기억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좋다. 앞으로도 나에게 어떤 타임 리프 버튼이 생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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