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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무고 난 흙이래
사주에서 그랬던가
너는 나무고 나는 흙이라고
네가 나를 뚫고 자라 버릴 거라고
날 아프게 하지 마
손으로 삽으로
가기 싫대도
포크레인으로라도
사주 보신 할아버지
이제 되었지요
할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너도 없고
나만 남아
때 아닌 장마에
뽑힌 자리 그 자리 진흙웅덩이서
나는 익사했다
모질게 뜯어낸 잔뿌리들 꼭 쥐고서
그냥 너를 둘 걸
파헤쳐진 채
땡볕도 장마도
모르는 이들의 발구름도
다 혼자 견뎌야 하겠지
너는 다시 좋은 흙에 뿌리내려
꽃도 피워 열매도 맺고
흔들려도 뽑히지는 말고
아주 깊이 뿌리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