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주풀이 때문이었다고 하자

넌 나무고 난 흙이래

by 다보일 Dec 29. 2024

사주에서 그랬던가

너는 나무고 나는 흙이라고

네가 나를 뚫고 자라 버릴 거라고


날 아프게 하지 마

손으로 삽으로

가기 싫대도

포크레인으로라도


사주 보신 할아버지

이제 되었지요


할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너도 없고

나만 남아

때 아닌 장마에

뽑힌 자리 그 자리 진흙웅덩이서

나는 익사했다


모질게 뜯어낸 잔뿌리들 꼭 쥐고서

그냥 너를 둘 걸


파헤쳐진 채

땡볕도 장마도

모르는 이들의 발구름도

다 혼자 견뎌야 하겠지


너는 다시 좋은 흙에 뿌리내려

꽃도 피워 열매도 맺고

흔들려도 뽑히지는 말고

아주 깊이 뿌리내려

이전 01화 가난한 사랑은 지나치게 뜨거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