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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혜 Oct 30. 2022

'나'에 관한 사색 - 나는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

  커피에 얽힌 근사하고 낭만적인 기억이 없다. 타고나길 커피에 민감하게 태어났다, 나는. 보리차 대신 커피를 물처럼 마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기에 가까운 일이다, 커피향에 홀려 딱 한 잔만, 하고 마셨다가 밤새도록 잠 못 이루는 나에게는.


  "커피를 잘 못 마십니다."라고 자주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엥? 커피를?" 놀란 눈을 하고 "거 참 특이하네."라고 나를 특이한 사람으로 치부했던 동료는 다음 날부터 외려 커피를 끊겠다고 사무실에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커피를 안 마시니 불면증이 와서 도저히 안 되겠어. 한 잔 정도는 심장에도 좋대."라고 하며 유유히 드립을 내렸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요."라고 했을 때 "카페인에 민감하구나, 애기네 애기." 라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졸지에 아기가 되어 "네, 애기 혀에요." 하며 곰살맞은 표정으로 웃어넘겨야했다. 


  거리에 카페가 넘쳐나고 각양각색의 커피들이 판매되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도 눈이 있다! 카라멜 마끼아또에서 흑당라떼, 달고나 라떼까지... 그 그윽한 커피향과 매혹적인 자태를 모르는 바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맘껏 먹고 싶어도 마시질 못하는 사람에겐 아쉬운 그림의 떡이다. 체질에 안 받아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그럴까? 그 알싸한 맛, 취기가 오를 때의 알딸딸함, 단돈 몇 천원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시름을 잊는 효과까지 무엇이 좋은지 잘 알고 원없이 마셔도 보고 싶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잘 알기에 절제하고 있을까?


  커피를 못 마신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은 그래서 더욱 고맙다. "커피 못 마시죠? 뭐 맛있는 거 드실래요?"라고 해주는 사람들은 사람 자체에서 후광이 나는 것 같다. 제각각으로 생겨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타인을 편견 없이 받아주고 배려까지 해주는 사람들, 눈이 부시다.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나는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사람입니다, 그냥 그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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