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새김

by 건너별


언젠가 당신은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죠


저는 곰곰이 생각하다

둥그런 마음의 초상을

잉크를 적신 깃털에

가벼이 떨리는 마음으로 그려 내어

대답을 드렸죠


"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없어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사라지는 그날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 거라는

사뭇 반갑지 않은 불안감

"


당신의 멋쩍은 웃음에

저는 대답을 잘 한 건지,

아니면 아쉽게 한 건지,

헷갈렸달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먼지 쌓인 책장에서

그날을 꺼내어 본 오늘.



후회했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신의 좋은 점을 요목조목 집어 낼 걸 그랬어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기록장에 조금이라도 끄적여 놓을 걸 그랬어요


당신이

그날의 함께하는 시간의 마무리를 아쉬워 할 적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나에게 보냈던 눈 속의 반짝임에


제 마음의 속삭임을

한데 끌어모아

있는 힘껏

있는 마음껏

보여줄 걸 그랬어요



자, 아름다운 너를 위해

조각한 나의 마음.



결국은,


사랑,

먼 시간 속에

따뜻한 나부낌에

흐릿한 파스텔 톤의 그림체

그곳으로의

따스히 깨어나는 바라봄에




다시 한 번

나는 갈색 빛의

제법 오래된 편지지를 들춰 내어

다가올 겨울 내음의 웃음을 향해

문득 만나 본 사랑을

가슴에 새기었더랬죠






heart-1787863_1920.jpg








keyword
이전 02화부끄럼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