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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Oct 25. 2021

부끄럼의 품격

너의 시린 발과 손에


충분치 못한 방어막들을


충분치 못한 부지런함으로


단순히 번역 및 할당키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끓을 대로 끓어 버린


의 흥미의 샘에 속아


열차의 선로를 다시 변경하는 일은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없던 사랑은 그저 없다.


0에다 얼마를 곱해도 여전히 0이다.

 


다시 글을 쓰지 못할 것 같고


머릿속이 메마른 바다와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아도


결국 나는 부끄러움을 모든 사람이 보도록 알린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보단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이기니까.



이 기회에 나는


회색 빛의 웃옷과 함께



내월의 긴 날씨와 걸음에



마음의 준비를 한다.




언제나 귀에 걸린 입보다


익숙한 나의 이어폰과


순간순간을 공유할 우체통을 찾아다니는




나는 그래도 놓지 않는다.


글을 계속해서 쓴다.



오비탈과 같은 곧 사라져버릴 언어와 불빛일지라도.



산비탈과 같은 삐끗하면 미끄러져버릴 발목일지라도.



자존심보다는 부끄러움의 품격,


고장날 리 없는



우아한 생의,

 지칠 줄 모르고 똑딱이는 나침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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