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너별 Aug 01. 2021

사랑새김


언젠가 당신은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죠


저는 곰곰이 생각하다

둥그런 마음의 초상을 

잉크를 적신 깃털에 

가벼이 떨리는 마음으로 그려 내어

대답을 드렸죠


"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없어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사라지는 그날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 거라는

사뭇 반갑지 않은 불안감

"


당신의 멋쩍은 웃음에

저는 대답을 잘 한 건지,

아니면 아쉽게 한 건지,

헷갈렸달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먼지 쌓인 책장에서

그날을 꺼내어 본 오늘.



후회했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신의 좋은 점을 요목조목 집어 낼 걸 그랬어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기록장에 조금이라도 끄적여 놓을 걸 그랬어요


당신이 

그날의 함께하는 시간의 마무리를 아쉬워 할 적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나에게 보냈던 눈 속의 반짝임에


제 마음의 속삭임을

한데 끌어모아

있는 힘껏

있는 마음껏 

보여줄 걸 그랬어요



자, 아름다운 너를 위해 

조각한 나의 마음.



결국은,


사랑,

먼 시간 속에

따뜻한 나부낌에

흐릿한 파스텔 톤의 그림체

그곳으로의

따스히 깨어나는 바라봄에




다시 한 번

나는 갈색 빛의

제법 오래된 편지지를 들춰 내어

다가올 겨울 내음의 웃음을 향해

문득 만나 본 사랑을

가슴에 새기었더랬죠













이전 02화 부끄럼의 품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