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당신은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죠
저는 곰곰이 생각하다
둥그런 마음의 초상을
잉크를 적신 깃털에
가벼이 떨리는 마음으로 그려 내어
대답을 드렸죠
"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없어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사라지는 그날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 거라는
사뭇 반갑지 않은 불안감
"
당신의 멋쩍은 웃음에
저는 대답을 잘 한 건지,
아니면 아쉽게 한 건지,
헷갈렸달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먼지 쌓인 책장에서
그날을 꺼내어 본 오늘.
후회했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신의 좋은 점을 요목조목 집어 낼 걸 그랬어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기록장에 조금이라도 끄적여 놓을 걸 그랬어요
당신이
그날의 함께하는 시간의 마무리를 아쉬워 할 적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나에게 보냈던 눈 속의 반짝임에
제 마음의 속삭임을
한데 끌어모아
있는 힘껏
있는 마음껏
보여줄 걸 그랬어요
자, 아름다운 너를 위해
조각한 나의 마음.
결국은,
사랑,
먼 시간 속에
따뜻한 나부낌에
흐릿한 파스텔 톤의 그림체
그곳으로의
따스히 깨어나는 바라봄에
다시 한 번
나는 갈색 빛의
제법 오래된 편지지를 들춰 내어
다가올 겨울 내음의 웃음을 향해
문득 만나 본 사랑을
가슴에 새기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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