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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 FAVORI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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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an 23. 2021

파리 헬스장- 말고 서울 헬스장에서 절난난 것

몽파보리 외전(2) 스쿼트와 손목의 상관 관계

   파리 헬스장에서 절단기를 찾아 프런트를 어슬렁거리던 하이에나(*몽파보리 (6)편 참조)는 서울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손목이 절단 났다. 해봐야 깔짝대고 마는 게 전부인 주제에 손목 인대를 다친 것이다. 이쯤에서 드리는 질문. 어떤 운동을 하다 손목을 다쳤을까.

   

   정답: 스쿼트. 

   하체 운동을 하다가도 손목이 다치니,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노릇이다. 운동을 깔짝대며 하는 주제에 주제넘게 스쿼트 바에 바벨을 끼운 게 화근이었다. 한쪽에 10kg로 시작. 묘하게 할 만하단 기분에 15kg로 중량을 늘렸다. 한 세트를 용케 해냈다고 감히 파워 리프팅을 하는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20kg로 중량을 또 늘렸다. 몸을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는 쾌감에 공감했다고 보일 수 없는 저 쾌감 대신 공공장소에서 몸을 드러내려는 노출 욕구는 공감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스쿼트를 할 때 반바지를 삼각팬티의 면적만 차지하도록 말아 올리고 올리는 행태랄까. 수영장도 아닌 헬스장에서 굳이 저렇게 허벅지살을 공공연히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니 하지 말자는 생각에 구태여 노출을 자행하지 않은 채 스쿼트를 시작했다. 무릎을 기준으로 둔각이던 다리가 예각으로 접힐 때, 둔부에서 예리한 파찰음이 터졌다. 소리만 터진 게 아니라 바지도 터졌음을 직감했다. 바지가 터져 나가고 나서야 바지를 걷어 올린 게 운동 좀 한답시고 몸을 드러내는 나르시시즘이 아니었단 걸 깨달았다. 당황한 내색을 숨기며 몸을 겨우 일으켜 스쿼트 바를 거치대의 왼쪽부터 내렸다. 터져 나간 바지 뒤로 속옷이 ‘까꿍’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 서둘러 오른쪽도 내린다. 너무 서두르느라 제대로 거치대에 자리하지 못한 바는 휑뎅그렁하게 아래로 훅 떨어졌다. 아직 뒤로 90도 젖혀져 있는 오른쪽 손목으로 바를 받치느라 손목 인대를 제물로 바쳤다. 중력이 더해진 스쿼트 생애 최대의 무게를 버텨내지 못한 제물...


   이제는 누군가 헬스장에서 삼각팬티인지 바지인지 구분이 안 되는 복장으로 스쿼트를 하더라도 눈을 흘기지 않는다. 대신 혹시나 저 사람도 바지 한 벌과 손목 인대를 내어 주고 깨달은 건 아닐지, 그랬다면 심심한 위로를 보낼 뿐이다.




















*몽파보리 (6)편 https://brunch.co.kr/@ksh45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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