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짐
나의 웃음은 인위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웃음은 웃음이 아닌 ‘일그러짐’이라 불려져야 할 것이다. 나는 내 목적에 따라 안면근육을 올리고 내리고 필요하다면 구기면서 우리가 흔히 일컫는 '웃는 표정'을 만들어낸다.
나의 눈은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고 입꼬리는 바닥과 거의 완벽한 평행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는 탓에 나의 표정은 늘 의도치 않게 분노나 못마땅함을 띤다.
“OO 씨는 늘 웃고 있어서 보기 좋아”
라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은 찰나의 순간뿐이고, 이기적인 나는 대체로 안도감을 느낀다. 잘 해내고 있다는 안심을 느낀다.
다만 잠깐이라도 나의 안면근육 이완시키고, 이목구비를 원위치시키고, 특히 어떠한 관념에 빠져있으면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싶은 걱정 서린 모습으로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거나 괜히 말을 건네어주기도 한다.
고마움을 느끼지만 무안하다. 오히려 그것이 나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따금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바라보고 미소 연습을 한다. 어색하게 올라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입꼬리, 조물과정에서 큰 실수가 있었나 싶은 억지로 크게 부릅뜬 눈. 이런 싸구려 표정에 다들 속아주니 감개무량이다.
내가 진짜로 웃을 때도 이런 싸구려 웃음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쉽게도 진심으로 웃을 때 거울을 본 적이 없으니 어떤지 모른다. 머리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거울을 바라보고 열심히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이 일그러짐은 세상에 대한 나의 태도다. 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라도 이 아름다운 세상에, 아니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웃음을 건네겠다는 나의 강한 의지다. 설령 그것이 이런 억지스럽고 과장된 싸구려 웃음뿐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