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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Mar 19. 2024

한 달 동안 모닝루틴을 해본 후기

효과가 있을까?

 

드디어 대망의 30일 차이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마지막 날에 6시 30분이 아닌 6시 46분에 기상을 했다. 어허... 마지막 날이라고 긴장이 풀린 탓일까? 그건 아니고, Sleep Cycle이라는 알람 어플을 쓰는데 이 어플은 설정해 둔 시간 내에 30분 안팎으로 수면 패턴을 파악해서 적절한 시간에 깨워주는 알람이다. 보통 6시 45분에서 6시 15분 사이로 맞춰놓으면 정확히 6시 30분에 깨워줬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45분에 알람이 울린 것이다. 


아무튼 15분을 더 자니깐 뭔가 평소보다 이득 본 거 같기도 하고, 더 개운한 거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마지막날에 조금 아쉽기도 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침대정리를 하고 방 밖으로 나가 세수부터 했다. 그리곤 부엌으로 내려가서 소금물을 마셨다. 그러고는 먼저 샤워부터 했다. 사실 이번주는 매우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며칠간 못한 아침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먼저 씻고 외출준비를 마친 후 밖으로 향했다.


저 멀리 해가 뜨는 것이 보이는 시간이었다. 해가 뜨고 있지만 나무들 때문에 가려져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흐릿해서 아쉽게 햇빛을 쬘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햇빛의 존재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그 정도의 날씨였다. 희미한 햇빛을 느끼고 노래를 들으며 한 25분 정도 걸었다. 



헬스장 바로 앞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집에서 챙겨 온 빵을 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공복에 운동하면 힘이 안 나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욱여넣었다. 아침도 먹었겠다, 카페인도 충전했겠다, 바로 운동 시작했다. 오늘은 등운동을 하는 날이다.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15분간 사우나를 한 뒤, 찬물로 샤워를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 모닝루틴을 마치곤 평소처럼 일을 하러 갔다.



한 달 동안 모닝루틴을 해본 후기


벌써 30일이 지났다니... 처음에는 솔직히 끝까지 못할 줄 알았다. 원래 잠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패할 거라 생각했다. 1일 차 후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말에 스케줄만 없으면 20시간씩 자는 사람이다. 간이 좀 안 좋기도 하고 꿈꾸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처음 일주일은 오히려 괜찮았다. "오?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모닝루틴이 끝나고 오후부터는 몸이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인 7시부터는 제대로 정신 안 차리면 바로 잠에 들어버릴 것 같은 피로감을 느꼈다.


2 주차에는 좀 적응을 해나가는 시기였다. 이 때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면 알아서 세수하고 내려가서 소금물을 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 내가 언제 내려왔지?"라며 놀란 적도 있다. 이 때는 오전에 커피만 마시면 그래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커피를 안 마시면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3주 차, 정확히는 15일부터 19일 차 중 16일 차를 제외한 날은 모닝루틴을 하지 못했다. 컨디션이 오락가락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심한 감기기운과 복통에 시달렸다. 15일 차에 모닝루틴을 못하자, 갑자기 큰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뭔가 하루를 낭비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16일 차에 무리하게 모닝루틴을 진행했고 그 결과, 19일 차까지 그냥 몸져누워버리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때 모닝루틴을 수행하는 것보다 자신의 몸상태를 객관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이유로 20일 차부터는 다시 6시 30분 기상을 시작했다. 며칠 좀 쉬고 나서 컨디션이 좋아진 탓일까? 이후로는 쭉 좋았다.


3주 차부터는 오전에 커피를 안 마셔도 그럭저럭 컨디션이 유지가 되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면 컨디션은 훨씬 좋아졌다. 이때부터는 정말 몸이 적응이 되었는지 일어날 때도 개운하게 일어나고 모닝루틴도 무난히 잘 수행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아침 시간의 여유로움과 소중함, 그리고 중요함에 대해 깨닫는 기간이었다.


4주 차부터는 모닝루틴이 말 그대로 루틴이 되었다. 무슨 말이냐면 모닝루틴이 특수한 행위가 아닌 이제 하루의 일상이 되었다. 아침 시간에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익숙해졌고 또 너무나 소중했다. 나의 하루 중 가장 기분이 좋은 시간이 아침시간이 되었다.


순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몇 십분, 길게는 한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루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 하루 동안의 생산력과 집중력, 컨디션도 올라갔다.

 

솔직히 모닝루틴 한 달해서 뭐가 크게 바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3주 차까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에는 30 일면 충분했다. 아침 스케줄에 딱 맞게 일어나면 바로 출근 준비, 등교 준비, 기타 등등을 해야 하고 하루가 쭉 바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침에 1시간 정도, 혹은 그 이상 일찍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정말 기쁘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루틴이 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내 모닝루틴이 마치 하루에 한 번 나에게 주어지는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모닝루틴 TIP


1. 기상 시 팁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알람을 끄고 다시 잔 경험은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특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게는 '아직 더 자도 돼'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핸드폰을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물 한 병과 같이 놓았다. 그러면 알람이 울리면 핸드폰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잠이 조금이라도 깨게 된다. 그리곤 옆에 놓여 있는 물을 마시고 침대가 아닌 바로 화장실로 간다. 가서 세수를 하고 바로 부엌으로 내려가 소금물을 마신다. 소금물에는 각성효과가 있어서 여기까지만 수행하면 일단 기상하는 데에는 성공할 것이다.


2. 커피, 찬물샤워


이번 루틴을 통해 정말 크게 깨달은 건 바로 커피의 힘이다. 원래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냥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닝루틴을 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는 필수다. 커피를 마시냐 안 마시냐에 따라 오전 능률에 큰 영향을 끼지고, 오전 업무를 넘어 하루 동안의 컨디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물로 커피를 달고 살 필요는 없지만 나 같은 경우는 기상 후 90분이 지난 뒤 딱 한 잔만 마셨다. 이 한 잔만으로도 효과를 보기에는 충분했다. 찬물샤워도 마찬가지이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로 하면 더 좋겠지만 그냥 조금 차가운 정도(?)라도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야 잠이 확실하게 깨고 오전 능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커피와 찬물샤워 이 둘은 모닝루틴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나머지들은 개인 차에 따라 변경될 수 있지만 이 둘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3. 햇빛

 

마지막은 이번 루틴을 통해 그 중요성을 깨달은 햇빛이다. 햇빛의 중요성은 정말 컸다. 각성효과도 있고 뭐 남성호르몬이 나오네 하지만, 그냥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기분이 확 좋아진다는 것이다. 늘 바빠서 해가 떴는지 어쨌는지 신경도 안 쓰고 돌아다녔지만, 이번 루틴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햇빛을 인식하려고 했고 효과는 바로 나왔다. 햇빛을 느끼면 기분이 확 좋아진다. 그냥 좋아진다. 모닝루틴을 수행하면서 살짝 피로해지고 축 처진 기분을 확 끌어올 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기 증명 프로젝트: 모닝루틴'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봐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제가 여기서 이름을 나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가 늘 확인했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3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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