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의 행복, 그리고 후회
폭풍전야 같던 12주가 지나고, 사람들은 이제 ‘안정기’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조금 편해질 거라고, 입덧도 사라지고 몸도 안정된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무언가 달라진 건 없는데, 모두가 “이제 괜찮다”라고 말하는 그 시점이 오히려 더 낯설었다.
그동안 참았던 네일아트도 할 수 있고,
조심스럽지만 매직이나 염색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가능하다’는 말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결국 모든 건 산모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 앞에서 나는 매번 멈칫했다.
괜찮을까? 정말 괜찮을까?
아이에게 혹시 모를 영향을 줄까 봐, 조심 또 조심.
12주가 되자마자 남편과 짧은 여행을 갔다.
스파가 가능한 펜션에서 오랜만에 반신욕을 했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따뜻한 물속에 있을 때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하고 나서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오래 있었나?”
“물이 너무 뜨거웠나?”
“혹시 자궁에 열이 올라갔으면 어떡하지?”
남편이 온도까지 체크해 미지근하게 맞춰줬지만
시간이 길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다시 불안해졌다.
그날 이후로 반신욕을 멈췄다.
회를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여름이기도 했고, 생선회는 여전히 금기 음식 리스트에 있었다.
맥주 한 잔, 사우나, 마사지...
예전의 ‘나’를 떠올리면 너무 당연했던 일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더 느꼈다.
아이를 품고 출산까지 해낸 모든 엄마들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나는 다행히 입덧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주변에서는 “복이 많다”,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커뮤니티 글을 보면
“12주 넘어서 입덧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나는 괜찮을까?’, ‘나도 이제 시작되는 건 아닐까?’
끝없는 검색과 상상 속에서 또 한 번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다음 병원 진료는 16주.
4주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몇몇 엄마들은 그 기다림을 참지 못해
“그냥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병원에 다녀왔다”라고 했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됐다.
나도 매일같이 배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물었다.
“오복아, 잘 있지?”
그래,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
이제 엄마의 이름으로, 불안 대신 믿음으로 견뎌보기로 했다.
12주 차에 진행한 니프티 검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2주가 걸린다는데, 그 ‘2주’가 이렇게 길 줄 몰랐다.
나는 42세, 고위험 산모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혹시라도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수많은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13주, 14주.
몸은 조금 편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예민하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 아닐까.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우리 조금만 더 잘 버텨보자.
엄마도 아직은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