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Apr 11. 2021

#7. 원룸 테라스에 키워낸 작은 텃밭

서울한복판 나의 작은 정원

#7. 3평 남짓의 작은 원룸 공용 테라스에 키워낸 나의 작은 텃밭

내가 살고 있는 건물 4층에는 4가구가 같이 쓰는 공용 테라스가 있다. 그 테라스에 전에 살던 집주인이 놓고 간 큰 화분들이 버려져 있었다. 잡초와 나무 가지 쓰레기가 무성한 화분들에서 오래된 흙을 퍼내고, 시든 나무 가지를 치우고, 새 흙은 사다가 담고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꿈꾸던 나만의 작은 텃밭이 생긴 것이다!



망원동에 작은 원룸에 전세 5500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 지하도 아니고 옥탑방도 아니고 공동현관의 보완장치도 있는 곳. 역에서도 가깝고, 깨끗해서 좋지만 4.5평이라 정말 작다. 화장실과 주방을 제외하면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의 체감 넓이는 3평 정도다.


그래도 이 곳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공용 테라스 때문이었다. 4가구가 함께 쓰는 공용테라스긴 하지만 테라스에 (아마도)집주인이 키우는 듯한 화분들도 있었고, 나의 식물들을 키울만큼의 공간도 충분했기에 나는 이 곳에서 늘 꿈꾸던 옥상텃밭을 가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구청에서 상자텃밭 분양을 하고 있어서 8000원 주고 신청을 하니 큰 상자텃밭과 흙, 모종세트가 왔다. 거기에 처음으로 모종을 심어보기 시작했다.

구청에서 분양받은 상자텃밭에 모종을 심던 순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라인업의 나의 작은 옥상 텃밭.

그 뒤로 전 주인이 버리고 간 빈 화분에 흙을 걷어내고, 나뭇가지를 치우고 토마토와 고추를 심기 시작했다.

오래된 흙을 파내서 버리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땡볕 아래서 농부 모자를 쓰고 목장갑을 끼고 오래된 흙을 삽으로 파서 걷어내고, 4층 아래까지 계단으로 내려서 흙을 버렸다. 흙이 꽤나 무거워서 다리가 후들후들거렸지만, 새 흙에 새 식물을 심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개미처럼 흙을 날라서 버렸다. 


오래된 흙을 쓰면 바퀴벌레가 생긴다는 블로그 보고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오래된 나무 가지와 흙들로 쓰레기 봉지가 가득찬 무거운 쓰레기 봉지를 4층 아래로 오르락 내리며 비워내고, 새 흙을 들고 다시 채웠다.


 새로운 화분 안에 씨앗들을 심고 모종을 심었다. 집근처에 꽃집에서 사온 1000원에 3개짜리 상추 모종, 고추 모종, 동네 산책하다가 사온 방울 토마토 모종, 하나하나 기대를 가지고 심었다. 


'정말 이 모종들이 커서 열매를 맺게 될까?' 의심스러웠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싹이 나고 커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 작지만 소중한 나의 작은 정원이 생겼다.




예고) #8. 씨앗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씨앗에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하지만 처음 씨를 뿌려보는 나는 매일 화분을 관찰하며 ‘왜 싹이 안 트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상추 씨를 뿌려놓고 기다리다 싹이 안 난다고 그 위에 다시 고수씨를 뿌렸더니 상추 사이에 고수가 나는 정신없는 텃밭이 되고야 말았다.



이전 07화 #6. 분갈이 폭주기관차? 식물 팡인들의 모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