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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21. 2021

#8. 씨앗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씨를 뿌렸다면 믿고, 물을 주고기다리자.

 #8. 씨앗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씨앗에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하지만 처음 씨를 뿌려보는 나는 매일 화분을 관찰하며 ‘왜 싹이 안 트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상추 씨를 뿌려놓고 기다리다 싹이 안 난다고 그 위에 다시 고수씨를 뿌렸더니 상추 사이에 고수가 나는 정신없는 텃밭이 되고야 말았다.


공용 테라스 화분에 낡은 흙과 오래된 나무 가지들을 치우고, 새 흙을 가득 담아 모종을 키우고 씨앗을 뿌렸다. 이렇게 큰 화분에 씨를  뿌려보는 게 처음이었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설명서를 잘 안 읽는 사람이라 씨앗 봉지 뒤에 있던 안내도 읽지 않고, 씨앗 간격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고 마구 흙 위에 뿌렸다.


'뭐가 자라고 있는 걸까? 지금 난 것은 잡초일까? 새싹일까? 정말 자라는 것일까?' 확인해보고 들여다봤다. 그러는 사이 정말 신기하게 새싹이 트고, 자라기 시작했다.

깻잎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니 정말로 깻잎이 나왔다.


상추 씨앗, 고수 씨앗,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밀싹, 다이소에서 산 허브 3종 세트 씨앗(딜, 레몬밤, 로즈마리인가 그랬던 거 같다) 화분 빈 공간에 마구 마구 뿌렸다. 특히 밀싹은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정말 잘 자랐다.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니 무성하게 자란 밀싹

터치 한 번이면 지구 반대편 동영상부터,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까지 바로바로 나오는 시대에 흙 속에 정체 모를 씨앗을 심어두고, 언젠가 자라길 기다리는 일은 힘들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 약속한 듯이 새싹은 자랐고, 미니어처 같은 모습으로 자라다 이내 상추가 되고, 깻잎이 되고, 방울토마토까지 되었다.


씨를 뿌리고 여름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마저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신비한 자연의 세계란




(예고) 9. 서울 한복판에서 빗물 받기 체험. 번개칠 때 빗물은 보약이라고!!!

비가 오자 식물 트위터 타임라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빗물이 천연비료라고 했다. 빗물을 받아두기 위해 페트병, 쓰레기통들을 밖에 두고 빗물을 받는 사진들이 타임라인에 가득했다. 어쩐지 나도 질 수 없어 삼다수 2리터짜리 페트병 두개를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도시에서 빗물을 받게 될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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