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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04. 2021

#9.서울 한복판에서 빗물 받기 체험

번개칠 때 빗물은 식물에게 보약이라고!

#9. 서울 한복판에서 빗물 받기 체험. 번개칠 때 빗물은 보약이라고!

비가 오자 식물 트위터 타임라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빗물이 천연 비료라고 했다. 빗물을 받아두기 위해 페트병, 쓰레기통들을 밖에 두고 빗물을 받는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나도 질 수 없어 삼다수 2리터 짜리 페트병 2개를 들고 비장하게 테라스로 나갔다. 도시에서 빗물을 받게 될 줄이야...




식물을 키우면서 새삼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식물에게 물을 줄 때 수돗물은 하루 정도 받아 두었다가 주면 좋다는 것. 수돗물을 하루 받아 두었다가 쓰면 물의 온도가 실온과 같아지고, 염화수소도 날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빗물 속에는 식물에게 필요한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어 천연 비료라는 점. 특히나 번개칠 때 빗물은 식물에게는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비오면 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늘어져서 낮잠을 자거나, 파전을 부쳐 먹거나, 막걸리 집을 찾던 나는 어느새 다른 이유로 비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비가 내리면, 방 안에 있는 화분들을 전부 가지고, 테라스로 나갔다.

식물들에게 비싼 비료보다 좋다는 빗물 샤워를 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빗물을 받기 위해 삼다수 2L 페트병과 각종 유리병, 바가지들을 갖다 놓고 받기 시작했다. 빗소리와 함께 빗물 샤워하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서 멍 때리기도 했다.




비오는 날 빗물을 받는 중. 빗물을 받아두면 든든하다.


4가구가 같이 쓰는 공용 테라스였지만,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작은 스툴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 맞고 있는 식물들을 보며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혼자 라면을 먹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도 훌쩍이면서, 잠시 테라스의 여유를 즐겼다. 식물을 키우면서 빗물의 소중함을, 햇빛의 다정함을, 바람(환기)의 역할을, 그리고 벌과 새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과 햇빛만으로도 싹이 트고,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니! 

그리고 식물에게 주기 위해 도시에서 바가지를 들고 주차장으로, 난간으로, 베란다로 가서 소중하게 빗물을 모아서 주는 사람들을 보고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다. 



비오는 날 테라스에서 라면 먹으면서 미니 캠핑 분위기 내기




(예고) 벌레와의 싸움, 여기서 물러날 순 없다!

상추를 키우면 반은 갉아먹던 벌레들. 그것까진 괜찮았는데..화분을 옮기다 마주한 바선생.. 

식물 생활을 다 엎고 싶은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오픈된 옥상에서 식용 작물을 키우는 것을 벌레를 초대하는 일임을 그 때는 몰랐고, 옥상 텃밭에서 자라던 방울 토마토와 고추들을 보며,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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