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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꿔 틀에서 벗어나기

#고정관념 #틀 #편견 #관점의 전환 #다르게 보는 힘

III. 우리 아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키울까?


아이가 어떤 일을 조금 다르게 한다 해서 뭐라고 하지 말아요.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거’라고 조급하게 가르쳐 주려 들지 말아요. 다수가 따르는 그런 방법은 그리 서둘러 가르치지 않아도 언젠가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지금껏 있었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 없습니다. 발명은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한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축구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다 보고 나서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에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소년은 구급차에 실려 급히 병원으로 향했지요. 병원에서는 한 외과 의사가 소년을 치료할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병원에 실려 온 소년을 본 그 외과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이럴 수가! 우리 아들이쟎아!”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민 군이 보던 『세상에 도전한 위대한 여성들』(시공주니어, 2018)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어린이책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 중인 조지아 앰슨-브래드쇼Georgia Amson-Bradshaw가 쓴 이 책은 차별과 편견, 장애를 뛰어넘어 세상에 도전한 68명의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퀴즈와도 같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잠시 혼란에 빠집니다.

 

‘어떻게 아빠가 둘일 수 있지???’


 

어때요, 여러분은 바로 답을 알아차리셨나요?

 



사실은 이 외과 의사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 즉 아이의 ‘어머니’였던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보고 곧바로 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외과 의사라면 당연히 남성일 것’이라는 생각, 즉 성 역할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아빠와 축구를 보고 나와 사고를 당한 아이를 수술할 의사가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교묘한 눈속임 장치가 만들어 낸 함정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의사는 ‘내 아들’이라고 했을 뿐, 자신이 아이의 ‘아빠’라고 한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도 별 생각 없이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관심을 현혹하고 착시를 일으키는 속임수에 당해버리고 마는 거죠.

 

‘편견’, ‘고정관념’이라는 이름의 틀에 현혹되면 상상력은커녕 객관적 사실조차도 바로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리니치 대학University of Greenwich 전경




아이가 태어나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 교육을 통한 ‘사회화’ 과정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규격화, 획일화된 교육의 틀로 인해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를 통해 깨우칠 기회도 잃어버리고 말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조금 다르게 한다 해서 뭐라고 하지 말아요.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거’라고

너무 조급하게 가르쳐 주려 들지 말아요.

 

다수가 따르는 그런 방법은 그리 서둘러 가르치지 않아도 언젠가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지금껏 있었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 없습니다. 발명은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세에 따르고, 타인들의 기대에 순응하는 것이 어쩌면 더 편한 길이라 생각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길은 곧 ‘창의성의 적’ - 고정관념과 편견에 빠져드는 길입니다.



다르게 생각하기 (이미지 출처: Pexels)

 







“똑같은 생각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다.” The definition of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but expecting different results.


- 앨버트 아인슈타인






관점, 다르게 보는 힘

 




관점觀點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관점이라는 게, 아이가 자라나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일반적, 평균적 방식에 가깝게 맞춰져 가는 경향이 있어요.

 

무언가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시각이 너나없이 대체로 비슷해지는 것이죠.

 

그 중 어떤 것은 편견이나 고정관념, 즉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져 고착화된 의견이나 태도로까지 굳어집니다.

 

앞에 본 ‘외과 의사’ 퀴즈의 눈속임처럼 말이죠.






‘토끼-오리 착시Rabbit-Duck Illusion’.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1892년 독일의 유머 잡지 Fliegende Blätter에 게재된 것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이 그림, 보신 적 있지요?

 

어떻게 보면 토끼가 보이고, 달리 보면 이번에는 오리가 나타납니다.

 

애초 그림은 하나로 변함없지만 각자의 보는 방향, 그에 따른 정신 활동, 판단에 따라 어떻게 보면 오리로, 또 어떻게 보면 토끼로 달리 보이는 ‘착시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동영상으로 보면 더 생생해요!




2017년 9월 서울에서 만난 <그림의 마술사 에셔 특별전>.



모리츠 C. 에셔(M.C. Escher, 1898~1972)의 <낮과 밤>, <천사와 악마>와 같은 여러 작품에서도 똑같은 하나의 그림이지만 보기에 따라 어떻게 보면 검은 새들, 또 어떻게 보면 흰 새들 어느 한 쪽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지요.

 

20세기 초의 이 네덜란드 판화가는 공간을 규칙인 패턴으로 분할하거나 합치고 가상과 현실을 분리하고, 만나게 하고, 또 넘나들게 함으로써 일상 속의 비일상성, 현실 속의 비현실성을 담은 많은 작품을 창조해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민 군도 예전 서울 전시회에서 에셔를 만나 무척 강한 인상을 받고 많이 좋아하게 됐어요.

 


방 안의 벽지에서 재미난 반복되는 무늬를 찾던 놀이, 구름이나 젖은 땅에서 동물 등 닮은 모양을 찾아내던 놀이, 에셔의 그림은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패턴 인식pattern recognizing’, 즉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게도 도와 줍니다.

 

물론, 패턴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것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음악의 리듬이나 멜로디 같은 소리에도 패턴이 있고, 몸 동작이나 수학 문제, 계절의 변화에도 패턴이 있을 수 있죠.

 

질병의 진단 같은 의학에도 패턴 인식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전염병을 연구하는 학문, 즉 역학疫學, epidemiology은 19세기 중반 영국 런던의 존 스노우John Snow라는 의사가 콜레라로 죽은 사람들의 거주지를 지도로 작성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모든 대륙이 하나로 붙어있었다는 판게아Pangaea 이론 역시 ‘조각 맞추기’ 퍼즐과 같은 패턴 인식의 결과입니다. 아프리카의 서쪽 해안과 남아메리카의 동쪽 해안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꼭 들어맞는다는 점을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 지도를 보고도 지나쳤지만 몇몇 예리한 시각을 가진 이들이 패턴을 알아차렸지요.


패턴을 발견하지 못하는 건 실제 패턴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엄연히 패턴이 있는데도 인지하지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런 맥락이 없고, 심지어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하는 데서 패턴을 발견해 내자면 관점이 고착돼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패턴 인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판에 박힌’ 태도입니다.

 

틀에 갇히지 않은 유연한 관점은 그래서 패턴 인식의 귀한 열쇠가 됩니다.

 

이렇게도 들여다보고, 또 저렇게도 돌려봐야 비로소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 거지요.

 

어떻게 하면 판에 박힌 태도,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관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초현실주의는 파괴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야를 막는 것만을 파괴한다.”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려면

 


한자와 영어를 뜯어보면 알 수 있듯이 관점觀點 · point of view, perspective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점視點 · point of view, viewpoint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토끼-오리 그림도 사실 원래의 대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해석과 판단이 달라진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뇌가 애초 설계돼 있기를 대상을 다른 관점으로 빠르게 번갈아 가며 볼 수는 있을지언정 한 번에 동시에 여럿을 명확하게 볼 수는 없게끔 돼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전문가들은 바로 여기에 창의성의 작은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런런 이층버스 안에서 비 내리는 창 밖을 응시하는 민 군.

 



창의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여러 관점을 빠르게 전환하며

대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보고 싶은 쪽’으로만 바라보려는 성향이 있죠.

 

관점, 심지어는 미적 기준마저도 자라면서 교육되고, 익혀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보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판에 박힌, 틀에 갇힌 관점을 갖게 되기 일쑤죠.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나도 모르게 어떤 대상을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아니, 오히려 그 대상이 어느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게 다가왔다’고 해야 할까?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볼 때 예외적으로 다른 것을 찾아내는 이가 있습니다.

 

똑같은 대상에 대해서 99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을 찾아내는 1명이 있다는 거죠.


 

과거에는 그렇게 ‘튀는’ 것에 무척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대세를 따르는 주류mainstream가 아닌 배척 받는 소수자minority가 되기를 자처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지금은 오히려 그런 예외적이고 색다른 것이 과거에 비해서는 한결 더 존중 받고, 대우 받는 세상이 됐지요.

 

어떻게 하면 그런 우연한 만남을 일상에서 더 많이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요?

  

 

 

“너는 아직도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서 너는 왜 네 영혼 속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죽여 없애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면, 네가 겁내는 일이 이루어지고 말 것이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출판사, 2005)에서 재인용






관점을 유연하게 하고,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거지만, 훈련으로 강화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잘 보면 채소 정물화 안에 거꾸로 뒤집어진 사람의 얼굴 형상이 있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착시’, ‘illusion arts’ 같은

키워드로 찾아 보면

토끼-오리 그림이나

아르침볼도의 야채 정물과 비슷한

착시 이미지를

인터넷, 소셜미디어SNS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요.

 

그런 이미지를 활용해서

아이와 함께 재미 요소를 찾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또 모방하고 직접 그려보는 것도

‘관점 바꾸기’ 연습을 위한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콜라주, 데칼코마니 같은 정통 미술 활동도 좋습니다.

 

나아가, 레고Lego 같은 만들고 조립하는 활동을 비롯해 여섯 가지 빛깔을 맞추는 정육면체의 루빅 큐브Rubik Cube나 낱말, 숫자, 모양 등을 찾아 맞추는 다양한 퍼즐들, 또, 체스나 장기와 같은 일정한 규칙이 있는 보드 게임, 뿐만 아니라 새나 매미처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덜컹이는 진동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관점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 패턴을 잘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고 합니다.

 

 


런던 도심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에서.



관점을 바꾸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그만큼 관점이 중요하다는 건 다들 이해하고 있죠.


그런데,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여러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게 하고 나만의 관점을 갖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가만히 두면 스스로 요모조모 살펴볼 것을 ‘이렇게 봐야 해!’ 하고 한 방향만 강요하지 않는 것,


우선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바깥(왼쪽) 그리고, 안에서 만난 대형 고래와 코끼리.
‘런던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in Londo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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