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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던 어느날 Nov 16. 2021

11) 기억하라, 운동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임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와 같이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무엇이든 효율을 찾기 마련이다. 극도의 실용주의자가 되어 '그거 한다고 내 인생에 도움이 돼?', '그게 내 현실을 당장 변하게 만들어?'와 같은 당장의 효과와 눈에 보이는 결과만이 판단의 잣대가 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운동과 독서다. 내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은 많다. 이제 나의 하루를 운동과 독서로 가득 채우리라 결심했다.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사랑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이 체대 입시를 준비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해서, 같이 헬스장을 다닌 것이 그 시작이다. 우연히 그리고 즐겁게 시작한 운동은 지금까지 내 자아의 큰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우연이 내가 늘 마음이 지치거나 현실이 많이 힘들 때 항상 헬스장으로 향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 밤에 잠들지 못할 때, 이별에 사무치게 아플 때, 회사에서 마음이 병들어갈 때도 무언가에 이끌리듯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했다. 그때는 정확한 이유는 몰랐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조금은 버틸 힘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운동까지 손에서 놓아버렸을 때, 내 마음은 급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마 운동이 마음을 지탱해주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째, 굽어버린 몸을 다시 곧게 펴는 것. 우울증과 자괴감, 죄책감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낸 동안 항상 몸을 움츠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나빠진 자세는 여기저기 알 수 없는 통증을 일으켰다. 이 전의 탄탄하던 몸은 온 데 간데 없이 축 처진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항상 상실감을 느꼈다. 둘째, 체력과 힘을 되찾는 것이었다. 강함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 때문인지, 나는 항상 체력이 좋았고 힘도 센 편이었다. 고중량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미칠 듯이 숨이 가빠올 때, 오히려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또한 손에서 놓아버렸고, 저질이 되어버린 체력과 약해진 근력은 또 한 번의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이 것들을 되찾는 게 나의 첫 목표다.


 없이 운동했다. 약도 모두 버렸다. 아침에는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저녁에는 야외 산책을 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마치 대회 나가는 선수처럼 미친 듯이 운동했다. 그렇게까지  필요는 없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너무 행복했고 재미있었다. 산책도 말이 산책이지 매일  시간을 걸었다.  또한 이렇게까지  필요 없었지만, 걸으면서 사람 구경하고 동네 구경하는  또한 행복이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나는 변해갔다. 어느새 밤에 잠도  자기 시작했다. 건강한 생활 패턴이 만족감을 주었고,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몸이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두 달 즈음 지난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던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적어도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아직은 남아있던 가슴속의 답답한 응어리가 한 번에 쑥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몇 달만에 막힘없이 맑은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이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그때 나는 길 한가운데서 걷다 멈춰서, 터져 나올 듯한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이제는 내가 어려서부터 그토록 운동에 집착했던 이유를 안다. 불안과 공황장애를 겪게 되면서 나는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했고, 심지어 호르몬에 대한 공부까지 했다. 사람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기 때문에, 어쩌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도파민, 세로토닌, 멜라토닌, 엔도르핀. 이 모든 것을 운동은 공짜로 퍼(?) 준다. 운동은 ADHD 약보다도 강력하며, 뇌 속의 마약이라는 엔도르핀도 선물해준다. 기댈 곳 없이 지친 내 맘은 항상 다음 날을 버텨낼 수 있는 행복의 호르몬이 필요했을 것이다. 때문에 어릴 때 아주 우연히 경험한 운동의 효과가,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운동에 푹 빠지도록 만들었다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직접 경험하고 난 지금은 더욱 운동이 주는 선물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나에게 조용히 상담을 요청하는 동료나 친구들에게 꼭 운동을 하라고 간곡하게 조언한다. 하지만 다들 여전히 '실용주의자'가 되어 내 간절한 부탁을 흘려버린다. 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만병 통치약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변화해야 한다. 그건 내일이나 다음  즈음 짠하고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천천히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여정일 것이다.   여정에 우리는 또다시 좌절과 시련을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운동이 선물해주는 여러 가지 만족감과 보석 같은 호르몬은, 지옥 같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도와주는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준다는  나는 몸소 체험했다. 속는  치고 운동을 해보자. 천천히 하지만 열심히.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길을 나아가 건강하고 활기차게 변신한 스스로를 발견할  있을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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