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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Lee Nov 01. 2020

어둠 속에서_2

2.


호프집을 나온 우리는 근처 가까운 모텔로 들어갔다. 취기 때문이었을까. 어색함 전혀 없이 방에 들어선 그녀와 나는 나란히 침대 위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그 정적의 시간이 나를 더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여자를 품어본 게 언제 였을까. 기억이 잘 나질 않을 만큼 제법 오래된 것 같았다. 겉옷을 재빨리 벗고 속옷만 입은 채 그녀의 위로 올라가 옷을 하나씩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은 속옷을 거칠게 벗기기 시작했다. 내 손에 몸을 맡기던 그녀가 순간 나를 밀쳐내며 큰 소리를 쳤다.


"싫어. 저리 가 이 새끼야!"


나를 밀쳐낸 그녀가 그 길로 화장실에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거지.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건가?'


얼마쯤 시간이 지나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조용하게 속삭이며 말했다


"소중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녀를 가만히 침대에 눕히고 켜져 있던 전등을 껐다. 어둠은 그녀를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할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주 작은 빛만을 의지한 채 온전히 몸 전체의 감각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왠지 모를 흥분으로 더 다가왔다.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어졌고 그 숨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가 나의 온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그녀를 만지던 손길은 전보다 더 많이 거칠어졌지만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마지막 절정의 순간에 내 몸을 힘차게 끌어안은 그녀의 가녀린 두 팔로부터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 작은 떨림이 묘하게 내 몸 깊숙히 파고들었다.


-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땀에 젖은 채 누워있었다. 곧이어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가야겠어요. 집에 함께 사는 사람이 있어요.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야겠어요."

"...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남편인가요?"

"... 그냥 동거인이라고 해두죠."


-


샤워하는 물소리에 나의 취기는 금세 씻겨 버리고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좁은 방안의 어둠은 화장실 불빛으로 인해 다시 현실이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물소리가 멈췄다. 샤워를 다 마친 그녀는 화장실 문을 나오기 전에 불빛을 끄고 나와 방안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녀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보이지 않는 그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구두를 신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이쪽을 향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을 나서는 그녀의 한마디가 들렸왔다.


"소중하게 대해주세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들을."


-


멍하게 한참을 앉아있은 후 샤워실로 들어가 조금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다. 새벽 3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모텔 문을 열고 나와 택시를 잡아 탄 후 다시 채팅앱에 접속했다. 그곳에는 마지막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소중한 나' 님이 대화방에서 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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