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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Oct 31. 2021

힘들다고 말할 수 있고, 어려워도 일어설 수 있다면


지친 마음을 일세워 하루를 버티는 나에게 어줍잔은 말로 그리고 도움으로 내 존재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건 어쩌면 나를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때는 친구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고 그저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그렇게 주재 넘는 동정은 나를 기운 빠지게 한다.


장애인수영연맹에서 대외 협력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보니 다양한 사연을 품은 장애인 선수와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누군가의 기준에는 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가끔 미안한 마음마저 들기도 하다. 나의 동정심에서 시작된다는 걸 모른 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데, 그렇게 또 하나의 오류를 발견한다.


Photo by@paris_shin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행복의 모양도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생활하기에도 힘든 몸으로 운동하면서 선수로써 누군가와 경쟁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에는 항상 힘이 넘쳐났다. 오히려 일어서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얼굴에 행복이 묻어있다. 주저앉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거에 대한 만족감일까.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그 행복의 비결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는 것, 우울한 사람에게 밝게 살라는 게 잘못된 것처럼, 대부분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은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싫어하는 걸 긍정하라는 건 망각이다. 힘들다고 말할 수 있고, 어려워도 일어설 수 있는 힘만 있다면 눈에 보이는 장애는 그저 바라보는 내 눈의 장애를 확인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우리가 항상 잊어버리는 것 하나. 받아들이면 모든 게 편안해진다는 것. 하루가 힘들고, 사람에게 지친 내 마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거 그게 내 인생의 회복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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